P31.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

- 최두석, 《두루미의 잠》

by 김정수

P31.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 – 최두석 시집, 《두루미의 잠》(문학과지성 시인선 586, 문학과지성사)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

그리움을 생명체처럼 묘사한

이 시구가

마음에 듭니다.

아니,

마음 한 귀퉁이를

가만히

진동시킵니다.

그리움은

어쩌면

기억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모든 기억이

그리움은 아니라는 것을요.

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른 기억은

늙는 것 같습니다.

늙는다는 것이

희미해진다든가,

무뎌지는 것이라면요.

우리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쩌면

그리움일 것입니다.

추억이기에

그리운 것이겠지요.

그렇게

그리움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이기에

꽃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요.

꽃이 피어 향내로 나를 부를 때 기꺼이 꽃에게 다가가리’라고요.

아무리 ‘향내’가 고와도

기꺼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하지만 시인은

기꺼이’ 다가가도

꽃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습니다.

시인에게 꽃은

눈으로만 보고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되는 어여쁨’이거든요.

예,

시인은 아는 것입니다.

꽃을 함부로 꺾는 이가 사람에게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시인은

꽃을,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누군가를 향해

이렇게 일갈합니다.

자연이 수백만 년 조화롭게 한 일 함부로 망가뜨리는 망나니짓 그만두세요.’라고요.

그리움이 늙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움을 늙지 않게

하는 것일 겁니다.

늙지 않게 하는 것은,

예,

무뎌지지 않는 걸

의미할 겁니다.

아니,

내가 계속 그리워한다면,

그리움이 내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다면,

나는

무뎌지지 않을 겁니다.

시인은 결국

감각이 무뎌진다는 것 그것은 생명에 반하는 죄’라고까지 말합니다.

예,

늙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많이

그리워해야겠습니다.

그리움이

참 소중한 것임을

알려준 시인이

참,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