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칼 뵘의 브람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LP

- 브람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LP

by 김정수

♬5. 칼 뵘의 브람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LP / 연주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HELIODOR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고를 때면 ‘이런 거장의 명반을 왜 아무도 사 가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말하자면 뜻밖의 ‘득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남몰래 숨어 있던 보석을 찾은 기쁨이라고 하면 될까요.

이 고색창연한 음반도 그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은 제가 그의 네 교향곡들 가운데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브람스가 베토벤한테서 벗어나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이는 제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Eb장조 ‘영웅’을 좋아하는 까닭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교향곡 제1번만 해도 브람스는 아주 아주 어렵게, 어렵게 시작하고, 아주 아주 어렵게, 어렵게 끝냅니다. 듣는 사람이 지칠 정도지요.

그도 그럴 것이, 늘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산을 의식하면서 그 그늘을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던 브람스였기에 첫 교향곡을 43세 때에야 겨우 쓸 수 있었거든요.

하이든이 30세, 모차르트가 8세, 베토벤이 30세에 첫 교향곡을 쓴 것과 견주어보면 브람스는 상당히 늦은 나이에 교향곡 데뷔를 한 셈입니다.

게다가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20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베토벤의 그늘이 브람스에게는 그만큼 무겁고 짙었던 셈입니다.

오죽하면 당시 저명한 지휘자였던 한스 폰 뵐로는 이 곡을 가리켜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고 일컬었겠습니까.

이는 이 곡이 베토벤의 뒤를 잇는 훌륭한 교향곡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이 곡이 베토벤의 그늘을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데, 이 제2번 교향곡은 브람스가 제1번을 완성하여 초연한 뒤 겨우 3개월 만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토록 어렵사리 첫 교향곡을 써냄으로써 마침내 베토벤의 그늘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으니, 그 넘치는 해방감에 드디어 자신의 본성대로 마음껏 자유롭게 곡을 쓸 수 있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억눌려 있던 영감의 폭발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이 곡은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견주어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 곧잘 불리기도 할 만큼 작품 전체가 자유롭고 부드러운 훈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들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몇 안 되는 교향곡의 하나입니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역시 브루노 발터가 발군이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브람스의 교향곡에 관한 한 브루노 발터의 지휘를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브람스와 발터는 모차르트와 발터의 조합보다 더 잘 어울리지 않나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자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는 뵘의 브람스도 발터에 못지않다고 생각하고 느낍니다.

바로 그 칼 뵘의 브람스 2번입니다.

연주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고요.

브람스 교향곡의 경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것도 상당히 좋지만, 적어도 이 제2번 교향곡만은 발터나 뵘의 것이 카라얀의 것보다는 조금 더 제 마음에 드는 연주라고 고백해야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생각에 카랴얀과 뵘이 번스타인과 함께 활약했던 시기가 거장의 시대로서는 마지막 정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첫 번째 정점은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 발터, 클렘페러 등등이 함께 활약했던 시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는 음반이 남아 있어 우리가 그 거장들의 연주를 직접 우리 귀로 들어서 확인할 수 있는, 20세기 이후의 시대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거장의 시대는 카를로스 클라이버,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같은 지휘자들 이후로 실질적인 명맥이 끊기고, 지금은 춘추전국, 군웅할거의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이렇게 음반이 남아 있어 그 거장들의 모범적이고 격조 높은 연주를 계속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자, 우리 세대 또는 우리 시대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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