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례,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P33. 생명을 받은 대가로 생명을 몽땅 바쳐야만 하는 인생아 –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문학과지성 시인선 403,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절규가
가슴을 칩니다.
‘생명을 받은 대가로 생명을 몽땅 바쳐야만 하는 인생아’라는 절규가요.
아,
정말 그런 것이
인생일까요.
그러면서도 시인은
고백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른다.’라고요.
하긴
누가 감히
알겠습니까.
결국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
그걸 시인은 또
이렇게 표현합니다.
‘무엇이 할퀴고 지나간 다음에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묻게 된다.’라고요.
실컷 분투하면서 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난 세월 동안
무엇이 자신을 아프게
할퀴고 지나갔는지,
그제야 궁금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까요.
어쩌면
궁금해지면서 동시에
암담해지는 것이
인생인 걸까요.
예,
그렇게 할퀴어졌으니,
아마도 우리는
모두
상처투성이일 겁니다.
그렇게
상처가 많으니,
시인도
누구한테라 할 것 없이
이렇게
묻는 것이겠지요.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라고요.
그래요.
그 수많은 별빛으로도
밝힐 수 없을 만큼
우리네 인생은
캄캄한 것인가 봅니다.
그래도 시인은
끝내
‘희망을 분수처럼 내뿜는 고래’를 꿈꿉니다.
‘희망은 혼자 몰래 키우는 무지한 짐승’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렇다면 알겠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이 평범한 진리가
아,
놀랍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