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7. 음악과 이야기의 신비로운 결합

-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음악소설집》

by 김정수

B57. 음악과 이야기의 신비로운 결합 / 《음악소설집》 -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지음 / Franz

소설집인데, 음악소설집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단편소설집’이라고 해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소설집’이라고 하면 곧 ‘(중)단편소설집’이라는 개념으로 정착이 되어 있는 느낌 아닙니까.

전집 개념이라면 몰라도 당연히 ‘장편소설집’ 따위는 있기가 어렵겠지요.

그렇다고 ‘음악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 제목을 보고는 ‘아, 음악이 소재인 단편소설들을 모아놓은 책이겠구나!’ 하는 것이 누구나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기 십상이겠지요.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 실려 있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은 모두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음악이 제재나 주제라고까지 단정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살짝 부족한 느낌인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역시 ‘음악’보다는 ‘소설’에 진짜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다행스럽습니다.

만일 음악이 문자 그대로 소재요 제재요 주제라면, 이 소설들은 소설이라는 겉옷을 입고 있을 뿐, 실은 작가 개개인의 음악에 대한 안목이나 조예를 과시하는 작품들이 되기가 쉽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음악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곧잘 그런 성격의 글을 쓰고, 그런 성격의 책을 펴내듯이 말이지요.

이 책 맨 뒤에 덧붙여져 있는 부록 격의 ‘인터뷰’에서는 각 작품에 대하여 편집자가 작가와 나눈 서면 인터뷰(아마도!)가 실려 있는데, 그 첫 질문은 이 책이 ‘음악 앤솔러지’라는 분명한 콘셉트에 입각하여 기획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김애란(〈안녕이라 그랬어〉)은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가 부른 ‘러브 허츠(Love Hurts)’, 김연수(〈수면 위로〉)는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 윤성희(〈자장가〉)는 스크류바 광고 노래, 은희경(〈웨더링〉)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편혜영(〈초록 스웨터〉)은―돌아가신 엄마가 노래방에서 간혹 부르시던―정미조나 산울림의 노래입니다.

이 가운데 클래식 음악은 둘이네요.

여기서 제가 ‘선택했다’라고 하지 않고 그냥 ‘입니다’라고 한 것은 각 작가가 모두 그 음악이 문득 떠올랐다거나, 구상과 집필을 하는 과정에서 그 음악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아왔다는 식으로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다 주옥같은데, 그 가운데서 이 소설집의 기획 취지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는 음악과 이야기가 내적으로 충분히, 깊게 얽혀 있는 느낌이 드는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는 단연 ‘음악’이라는 조건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뛰어넘었다는 느낌이 드는 윤성희의 〈자장가〉를 꼽겠습니다.

음악 또는 노래로 서사를 한 땀 한 땀 짜나가는 작가들의 솜씨와 안목과 정서가 참 감탄스럽고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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