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피협 1번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b 단조 LP

by 김정수

♬9.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b 단조 LP / 지휘 –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연주 –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Top3를 꼽으라면 프리드리히 굴다,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그리고 바로 이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입니다.

제국 시절의 러시아에서 태어나 구소련 시절에 활약했고,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이후의 러시아에서 세상을 떠나, 본의 아니게 국적이 세 개였던 리히테르―.

저한테 그의 연주는 바이올린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피아니스트의 표준입니다.

저는 리히테르를 중심에 두고 그로부터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가늠해 보는 방식으로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스타일을 구분하거나 규정합니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교과서 성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떤 경전의 느낌에 더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훨씬 더 순정하고 때로는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탓이지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그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서로 스타일이 다른 두 거장의 ‘부조화의 조화’로 빛나는 카라얀과의 협연이 역사적인 명연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이 므라빈스키와의 협연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제 느낌에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는 찬란하고 윤택합니다.

반면, 므라빈스키의 차이코프스키는 서늘하고 건조하지요.

그래서인지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가 므라빈스키의 차이코프스키에 견주어 무게감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차가움이 덜한 느낌입니다.

어느 쪽이 더 러시아스러운가, 하고 묻는다면 역시 므라빈스키 쪽이지요.

저는 이 ‘차가운’ 느낌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이 차가운 느낌이 리히테르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와 므라빈스키의 차이코프스키―.

엄밀히 따지려니까 그렇지, 실은 둘 다 제가 참 좋아하는 연주입니다.

리히테르와 므라빈스키―.

남몰래 숨겨두고 나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훌륭하고 멋진 조합의 차이코프스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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