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P
♬10. 프리츠 분덜리히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P / 지휘 – 브루노 바르톨레티, 연주 –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 도이치 그라모폰 RESONANCE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라보엠〉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로 꼽히는 베르디의 명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P입니다. ‘축배의 노래’로 유명한 바로 그 오페라지요.
이 오페라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두 남녀 주인공인 알프레도(테너)와 비올레타(소프라노) 사이의 비극적이고 슬픈 러브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순전히 프리츠 분덜리히라는 이름으로 의미가 있는 음반입니다.
프리츠 분덜리히(1930.09.26.~1966.09.17)는 계단에서 불의의 낙상 사고를 당해 만 36세를 아슬아슬하게 못 채우고 안타깝게 요절한 독일의 천재 테너 가수지요.
저한테 그는 무엇보다도 베토벤의 가곡 ‘아델라이데’의 가수입니다.
‘아델라이데’는 제가 참 좋아하는 베토벤의 가곡인데, 이 노래를 프리츠 분덜리히보다 더 아름답게 부른 가수를 저는 달리 알지 못합니다.
저한테 ‘아델라이데’는 곧 프리츠 분덜리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독일 가수라서인지, 당연히 그는 슈베르트와 슈만을 비롯한 독일 가곡, 곧 리트(Lied)에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티 하나 없는 미성(美聲)이고, 매우 서정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소화해 내는 가수로, 한 번 그의 매력에 빠지고 나면 다른 가수들의 노래가 거칠어서 차마 듣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겨우 35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안타까운지요.
33세에 세상을 떠난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나 30세에 연주가로서의 생명이 끝났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더불어 제가 애정하는 연주가들 가운데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안타까운 가수입니다.
오페라, 특히 베르디나 푸치니로 대변되는 이탈리아 오페라라고 하면, 당연히 루치아노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가수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바로 그런 까닭에 독일의 가수들이 독일어로 부른 이 〈라 트라비아타〉 음반이 저한테는 참 귀합니다.
이 음반은 오페라 전체를 담은 것이 아니라,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들만 발췌하여 수록한 버전으로, 1963년에 이미 발매되었던 것을 나중에 재발매한 음반입니다.
‘도이치 그라모폰’ 특유의 노란색 로고 밑에 붙어 있는 ‘RESONANCE’가 바로 그처럼 특별히 기릴 만한 명반들을 골라서 다시 발매한 음반들에 붙이는 ‘도이치 그라모폰’ 특유의 레이블입니다.
이 음반은 독일 가곡 전문 가수로서 이탈리아 오페라 스코어를 부르는 프리츠 분덜리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우 드문 사례에 해당합니다.
독일어로 부른 탓에 이탈리아어 원곡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분덜리히의 목소리로 베르디를 들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저한테는 충분히 기념할 만한 음반입니다.
더불어, 당연히 저한테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가수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독일어 베르디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