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LP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LP

by 김정수

♬12.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LP / 지휘 – 브루노 발터, 연주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 EMI

1937년 6월 2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있었던 연주 실황 모노 녹음으로, 1986년 프랑스 발매 음반입니다.

모차르트 레퀴엠의 최초 전곡 녹음(또는 그 가운데 하나)으로, 그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처음으로 뚜렷하게 인지한 것은 밀로스 포먼의 음악영화 〈아마데우스〉(1985)를 통해서였습니다.

죽음이 임박한 상태로 병상에 누운 모차르트의 지시를 받아 살리에리가 깃털 펜을 쥐고 오선지 위에 악보를 열심히 적어나가던 장면을 눈으로 보면서 귀로는 그 음표 하나하나가 마법처럼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뀌는 것을 들었지요. 제가 이 레퀴엠의 진가를 처음 시청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건 그 뒤로 제가 베르디의 레퀴엠, 브람스의 레퀴엠, 포레의 레퀴엠 따위와 더불어 레퀴엠 장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저한테 브루노 발터는 무엇보다도 베토벤 교향곡 제6번 F장조 ‘전원’의 지휘자이지만, 그의 장기는 역시 모차르트, 브람스, 말러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특히나 모차르트 해석에서 발터는 그 뒤를 잇는 칼 뵘과 더불어 매우 독특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발터의 모차르트는 한마디로 부드러우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감미롭지 않은’ 모차르트입니다.

어쩌면 모차르트 음악의 성격을 감미로움으로 인식하고, 그 감미로움을 애정하는 분들한테는 브루노 발터가 매우 ‘건조한’ 연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칼 뵘은 더합니다.

하지만 이 건조함은 모차르트의 ‘깊이’에 대한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레퀴엠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791년도 작품인데, 미완성으로 남은 것을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마무리했지요.

신기하게도 죽음의 무거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이 레퀴엠과 같은 해에 작곡된 작품이 호른 협주곡 제1번 G장조입니다.

모차르트가 쓴 네 개의 호른 협주곡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너무나 밝고 아름답지요.

작품 번호를 붙이는 과정에서 실수로 1번이 되었지만, 실은 가장 마지막에 작곡된 협주곡입니다.

그리고 역시 미완성으로, 마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그런 것처럼 악장이 두 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대조적인 성격의 두 작품을 마지막 해에 같이 작곡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역시 모차르트는 클래스가 다른 천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음악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2024)에서 번스타인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데뷔를 한 것이 바로 이 브루노 발터가 몸이 아파서 예정된 연주회 지휘를 할 수 없게 되어서였지요. 지휘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식의 느닷없는 데뷔가 종종 있어서 신기합니다.

바로 그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브루노 발터의 레퀴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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