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LP
♬13.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LP / 지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연주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EMI
1948년 연주 실황 모노 녹음이고, 1979년 프랑스 발매 음반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2번은 단연 ‘스케르초’의 교향곡입니다.
교향곡의 역사에서 ‘미뉴에트’가 아니라 ‘스케르초’가 처음으로 당당히 3악장에 들어온 곡이 바로 이 베토벤 2번이지요.
그 음악사적인 가치나 의미만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제3번 ‘영웅’만큼이나 중요한 교향곡이 바로 이 제2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데도 이 제2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아홉 개 가운데서 아마도 그 연주 횟수가 가장 적은 교향곡이 아닌가 싶어요.
베토벤 교향곡의 경우 홀수 번에 견주어 짝수 번이, 제6번 ‘전원’을 빼고는, 대체로 애호가들의 선호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지요.
그 짝수 번 가운데서도 4번이나 8번보다도 더욱 선호도에서 밀리는 느낌이 드는 교향곡이 바로 이 제2번입니다. 심지어는 첫 교향곡인 제1번보다도요.
하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아홉 개는 그 가운데 어느 것이든 일단 마음을 먹고 집중해서 듣기 시작하면 단언컨대 아름답지 않은 곡은 하나도 없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베토벤 하면, 장엄하고 웅장하고 다이내믹한 정서나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라,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짝수 번들이 살짝 처지는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아름다움’에서는 짝수 번들이 독보적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고 느낌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제2번은 저한테 브람스의 제2번과 아주 흡사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교향곡입니다.
브람스의 2번이 비로소 베토벤한테서 온전히 벗어난 브람스 본연의 모습, 그 진면목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첫 교향곡이듯이, 베토벤의 2번도 선배이자 스승인 모차르트나 하이든한테서 벗어난 베토벤 본연의 모습을 보란 듯이 담아낸 첫 교향곡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브람스의 2번과 더불어 제가 들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 바로 이 베토벤 2번입니다.
예, 베토벤 2번은 저한테 ‘행복한’ 교향곡입니다.
게다가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2번이지요.
베토벤 교향곡의 아름다움, 그것도 짝수 번인 제2번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서두르지 않는 자신만만한 속도로, 이런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이렇듯 끈적한 질감으로, 이렇게나 밀도 높은 진지함으로 표현해 내는 지휘자가 그 말고 누가 또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2번이 오토 클렘페러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만큼이나 저한테는 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