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1. 어쩌자고 우리가 만났나...

- 권선희,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by 김정수

P41. 어쩌자고 우리가 만났나... – 권선희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창비시선 505, 창비)

시인의

이 한마디가

가슴을 칩니다.

어쩌자고 우리가 만났나...’라는 한마디가요.

그렇지요.

이것이

우리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만들어내는

근원이잖아요?

만남이요.

모든 것이

만남에서 비롯되잖아요?

누구보다도 이걸

잘 아는 시인입니다.

아찔했다 이번 생은 조졌구나’라고 고백하는 걸 보면요.

예,

만남은

아찔한 것일 수

있겠습니다.

우리네 생을

조져놓을 정도로요.

하지만

이토록 엄중한 만남을

우리는 너무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는 것이 죽음을 기르는 오후’라는

시인의 통찰을

보십시오.

예,

그렇지 않은가요?

사는 것’이 곧

‘죽는 것’이라는 통찰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언제나’ 반쪽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통찰이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시인처럼

기울어진 세상을 읽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기적처럼

우리는

어쩌자고 우리가 만났나...’라고

하는 대신

어쩌자고 우리가 헤어졌나...’라고

자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이 아마

시인의 말대로

복 짓는 마음’ 아닐까요.

그래 이렇게 축복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복 다 니한테 갈 끼다’라는 말을요.

어쩌면 이런 마음이 바로

사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지 못한 마음’이겠지요.

‘않은’이 아니라 ‘못한’이라서

더욱 가슴속 깊이

와닿습니다.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인(仁)이라는 것이

맹자님 말씀

아닙니까.

예,

그렇듯 차마

사랑을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시인의 마음일 겁니다.

그런 마음이기에

시인은 나무를 보면서도

이렇게

사랑을 생각합니다.

한 나무가 긴 사랑을 물고 산다’라고요.

심지어 이렇게까지도

말합니다.

어쩌면 저 나무는 ... 당도하지 않을 사랑인지도 모른다’라고요.

예,

시인의 그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곱씹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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