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21
CA601. 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
그들의 음악이 흥에 겨운 것은 감정의 과장 또는 과잉에 대한 강박증이 없기 때문이다.
CA602. 카를로스 사우라, 〈까마귀 기르기〉(1976)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진실이기도 하고, 동시에 거짓이기도 하다. 그것을 분별하는 훈련을 저도 모르게 거듭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 영화를 스페인 내란에 대한 스페인인들의 잠재의식의 한 은유로 읽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CA603. 한형모, 〈운명의 손〉(1954)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지금 분주하세요?” 분주? 이런 말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구어가 아니라 문어다. 그런데 남자는 이 물음에 똑같은 말을 써서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분주할 것까지야. 밥벌이니까요.” 이 영화가 필름 누아르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코미디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의 관객에게는. 옛날 영화, 특히 우리나라 옛날 영화를 볼 때만 느껴지는 것.
CA604. 도널드 피트리, 〈미스 에이전트〉(2001)
영화에서 스타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보기.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단, 주연일 경우.
CA605. 오기환, 〈선물〉(2001)
여자가 남자를 위해 스웨터를 손수 뜨는 마음의 정체는? 하긴, 〈쉬리〉(1999, 강제규)의 여전사 김윤진조차도 제 남자를 위해 스웨터를 떴다. 한데, 그 반대는 왜 없을까. 뜨개질의 정서, 뜨개질의 이데올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