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예후디 메뉴인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LP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by 김정수

♬17. 예후디 메뉴인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LP / 지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연주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EMI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것과 더불어 세계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해야 할 텐데, 어쩌다 보니 저는 이 4대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서 멘델스존의 것을 가장 나중에 만났습니다.

문득문득 그 넷 가운데 멘델스존을 가장 먼저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머지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하도 남성적인 성격이 강한, 굳이 말하자면 ‘테토남스러운’ 대곡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견주면 멘델스존은 어떤 대목에서는 모차르트스럽기까지 한, 역시 굳이 말하자면 ‘에겐남스러운’ 곡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다소 싱겁고 맥 빠지는 느낌이었지요.

아름다움과 품격에서는 베토벤에 못 미치고, 중후함과 따듯함에서는 브람스에 못 미치고, 화려함과 다이내믹함에서는 차이코프스키에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될까요.

아무튼 모든 면에서 2프로 부족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바로 멘델스존의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당시의 저한테는요.

하지만 이런 느낌과 평가는 그 뒤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거듭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더없이 아름답고 따뜻하고 화려한 곡이었습니다.

지금 저더러 예의 4대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서 가장 사랑스러운 곡을 꼽으라면, 예, 바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가 들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기도 합니다.

마치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39번과 베토벤의 교향곡 제2번, 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이 저한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요.

신기하게도 나머지 세 곡이 모두 장조(D장조)고, 이 곡만 단조(E단조)인데도 그렇습니다.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쉬지 않고 계속 연주하게 되어 있다는 것도 이 행복감을 단절 없이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만의 특장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특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협주곡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여기에 일조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이 음반은 멘델스존으로는 매우 드물게 보는, 예후디 메뉴인의 바이올린과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조합입니다.

예, 문자 그대로 명실상부한 전설적인 거장들인 메뉴인과 푸르트벵글러의 앙상블입니다.

어쩌면 멘델스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비인기 조합이라 할 수도 있을 만큼 여느 연주자와 지휘자의 조합과는 사뭇 결이 다른, 그야말로 고전적인 무게와 품격의 ‘테토남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협연이지요.

저는 이런 얼마간 ‘어긋난’ 성격의 매력도 참 좋아합니다.

뒷면(FACE 2)에는 이 예후디 메뉴인이 세계적인 반주가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제랄드 무어와 협연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장조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앞면(FACE 2)의 협주곡은 1954년, 뒷면의 소나타는 1953년 모노 녹음으로, EMI의 프랑스 발매 음반입니다.

그러니까 협주곡은 1916년생인 메뉴인이 38세, 1886년생인 푸르트벵글러가 68세 때의 협연이고, 소나타는 메뉴인이 37세, 1899년생인 무어가 54세 때의 협연입니다. 푸르트벵글러는 이 68세 때인 1954년 11월 30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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