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카라얀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 7번 LP

-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6번, 제7번

by 김정수

♬19. 카라얀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6번 D단조, 제7번 C장조 LP / 지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 연주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Deutsch Grammophon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이라고 하면, 대개는 단연 제2번 D장조를 첫손가락에 꼽지 않을까요. 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6개의 교향곡들을 그가 무성의하게 썼을 리는 없습니다. 모차르트가 그랬듯이, 그도 매번 ‘죽을힘을 다해’ 작곡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죽을힘을 다해서 만든 영화가 죄다 흥행에 성공하거나 의미 있는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것은 아니듯이, 그가 써낸 7개의 교향곡 사이에도 이러저러한 성격의 편차들이 있습니다. 이는 베토벤도 피해 가지 못한 예술가의, 또는 예술의, 또는 예술품의 태생적 한계일 것입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6번 D단조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제7번 C장조가 애호가들의 선호도에서 제2번에 견주어 다소 밀리는 느낌인 것도 그 한계의 속절없는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고 보면, 브람스가 평생 써낸 4개의 교향곡이 모두 고르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물론 그가 몇 곡 더 써내었더라면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야 첫 번째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을 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했던 브람스였기에 역시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6번과 제7번의 경우는 그저 예술적 한계의 탓이라고만 보기에는 지나치게 매력적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저는 이 두 교향곡 특유의 아름다움에 필적할 만한 다른 교향곡의 사례를 브루크너 말고는 달리 찾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감상이요 취향임을 인정합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예, 저는 이 두 교향곡을 매우 좋아합니다.

연주 시간이 6번은 30분, 7번은 20분 정도로, 25분 정도인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비슷하다는 점도 특이하면서 동시에 이 또한 제가 매력을 느끼는 단서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견주어본다면, 조금 더 길었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중편소설을 읽고 났을 때의 저 살짝 아쉬운 감흥과 비슷하다고 하면 될까요.

이는, 오히려 어느 지점에서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명실상부한 대곡인 제2번 교향곡과 확실히 다른 매력입니다.

연주 시간이 조금 긴 ‘교향시’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은 이 두 곡을 들을 때마다 저는 교향곡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교향시를 듣는 듯한 감흥에 사로잡히는 게 사실이거든요.

이는 단 두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어도 각 악장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매력으로 빛나는 탓에 분명히 교향곡이라는 생각이 드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시벨리우스의 이 두 교향곡에서 저는 깊디깊은 북유럽 숲의 서늘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매력이라고 할 만한 핀란드 특유의 정서를 제2번에서만큼이나, 아니, 어느 순간에는 그보다 더 진하게 느낍니다. 저는 이 정서를 참 좋아합니다.

6번은 4악장 구성이지만, 7번은 단악장 구성이라는 점도 짚어두어야겠네요.

음영 깊고 세련되고 유려한,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로, 1977년 스테레오 녹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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