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46
CA1226. 이스트반 자보, 〈비너스〉(1991)
예술 창작의 이면에는 구질구질한 일상이 놓여 있다는 것은 리얼리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예술의 위대성과 일상의 저열함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때로 그 저열함이 예술의 위대함으로 승화되기도 한다는 것 역시 리얼리티이므로. 물론 그 반대도 언제나 성립한다.
CA1227. 알란 J. 파큘라, 〈암살단〉(1974)
이유를 알 수 없는 암살이 체계적으로 저질러지고 있음을 간파한 것은 한낱 기자다. 그러나 한낱 기자가 그 음모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애초 가당치 않은 일이다. 따라서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정체불명의 세력에 대한 공포감뿐이다. 이것이 진짜 작의(作意)일까.
CA1228. 로브 라이너, 〈대통령의 연인〉(1995)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즐기는 관객의 심리는 본능이다. 그리고 본능을 겨냥한 상업 활동이 실패를 모른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
CA1229. 테리 길리엄, 〈4차원의 난쟁이 ET〉(1981)
상상력의 자유분방한 동화스러운 용솟음―. 악은 모든 것이 끝나도 세상에 남는다는 전언은 여운을 남기는 할리우드 특유의 방식이지만, 이것은 속편을 위한 복선이 결코 아니다.
CA1230. 왕가위, 〈타락천사〉(1995)
왕가위 영화의 형식미학에 호소력이 있는 것은 그것이 판타지가 아니라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남자(금성무)의 등에 엎드리듯 기대앉아 있는 여자(이가흔)의 독백은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리얼리티다. 여자는 독백한다. ‘따뜻하다’라고. 그녀는, 그녀와 같은 우리는, 아닌 게 아니라, 얼마나 ‘차갑고’ 고독한 생 속에 내팽개쳐져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