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50
CA1246. 마르타 메사로스, 〈어돕션〉(1975)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헝가리어의 투박한 악센트는 독일어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모성애에 충실한 여자의 이야기―. 이 여자가 입양을 하는 것은 유부남 애인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때가 여자의 삶에 불청객처럼 끼어든 소녀가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CA1247. 데이비드 헤어, 〈웨더비〉(1985)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한 젊은 남자가 중년 여인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문제는 그가 왜 이런 방식의 죽음을 택했느냐는 것. 하지만 사건에 대한 조사는 형사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도 그 자살에 책임이 없으면서 동시에 있다는 전언은 이 자살을 타살로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물론 끝까지 내막은 밝혀지지 않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다만, 주변 인물들이 이 사건을 재구성,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차츰 삶의 무서운 비의를 깨달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CA1248. 이스트반 자보, 〈메피스토〉(1981)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파멸하는 인간이 선악의 갈등을 조장하는 악마 메피스토로 특화된 연극배우라는 사실의 의미심장함. 권력은 악마조차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
CA1249. 브라이언 드 팔머, 〈침실의 표적(Body Double)〉(1984)
1987년 국내 비디오 출시명은 ‘두 얼굴의 제크’였다. 의도되지 않은 훔쳐보기의 이중성. 이 훔쳐보기의 주체는 관객이지만, 영화는 이것이 자신의 시각이라는 사실을 관객이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도록 처리한다. 속임수가 또 다른 속임수의 기반 위에서 자행되고 있는 형국. 완전범죄가 마침내 성사되려는가 싶은 찰나, 갑자기 “액션!”이라는 감독의 사인이 떨어진다. 이 순간 영화는 그야말로 ‘영화’가 된다.
CA1250. 크지쉬토프 자누시, 〈조용한 태양의 해(A Year Of The Sun)〉(1984)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사회정치적인 색채를 지우고 이별과 그 뒤의 몇 분간을 걷어내면, 이 영화는 온전히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서사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인 병사와 점령지인 폴란드의 여인 사이의 사랑은 언어라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전개된다. 그러니 두 사람의 사랑은 처음부터 의사소통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감정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노심초사하지만, 운명은, 늘 그래왔듯이,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갈라놓는 방향으로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