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66
CA1326. 페드로 알모도바르, 〈하이힐〉(1991)
세상의 모든 딸은 자신에게 무관심한 부모를 미워한다? 결국 어머니는 그 딸을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하지만 딸이 죽인 사람은 자기 남편이었고, 그는 어머니의 정부(情夫)였다. 세상에!
CA1327.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
러닝 타임 185분. 지붕 위에서 한 러시아 노인이 창을 비껴들고 말 위의 타타르족 용사를 노린다. 그 타타르 용사는 노인을 발견하자 화살을 뽑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바로 뒤에 이어지는 것은 노인이 그 화살에 맞는 장면이 아니라, 타타르인들이 지붕을 불사르는 장면이다. 불길 아래로 카메라가 패닝하여 내려오면 지붕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노인의 모습이 비로소 나타난다. 노인의 가슴에는 화살이 꽂혀 있다.
CA1328. 미셸 드빌, 〈책 읽어주는 여자〉(1988)
독서 행위 자체가 에로티시즘일 수 있다는 상상력―.
CA1329. 로버트 알트만, 〈퀸테트 살인게임〉(1979)
중요한 것은 미래시제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다. 그리고 게임의 의미. 그것도 서로를 죽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 포상으로 주어지는 것은 살아남음 그 자체다. 죽음의 스릴을 만끽하려는 본능은 살아남으려는 본능과 구별되지 않는다. 한데, 역설적으로 이 게임이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종말이 다가오는 세상에서 유일한 구원의 희망인가.
CA1330. 루이스 만도키, 〈남자가 사랑할 때〉(1994)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을 모른다는 고통이 부부를 갈라놓는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게 보일지언정, 분명 리얼리티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의 알코올 사용장애를 치유해야 할 병으로만 인식하는 한 관계 회복의 길은 요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