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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May 11. 2023

아이거 북벽(정광식)

그들은 오늘도 산을 오른다

  ‘아이거 북벽’을 읽었다. 등산 동호회가 추천한 산악인들의 베스트셀러다. 1982년 8월 10일부터 4박 5일간 아이거 북벽을 오르며 처절하게 펼쳐진 생생한 등반 기록이다. 저자인 정광식이 두산건설 뉴욕지사에 근무하던 때, 대학산악부 시절 친구 두 명이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던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아이거 북벽을 오르기로 결심하고 체력훈련에 돌입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1여 년간 몸을 만들고 방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광식은 남성우, 김정원 두 친구와 함께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거 북벽은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와 알프스 3대 북벽의 하나로 높이가 3940m, 수직 벽 길이만 1800m이다. 193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간의 초등 경쟁으로 힌토 슈토이스를 포함 아까운 젊은 등반가 4명이 사망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등반가들의 도전과 비극이 잇따르고 있는 곳이다.

(맨 왼쪽이 정광식, 그 옆이 남선우, 맨 오른쪽이 김정원.  사진출처 : 아이거 북벽)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에 도착한 세 명은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있는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정상 정복의 순간을 상상했다. 그때부터 거대한 자연을 맞선 인간의 드라마와 생생한 기록, 자기와의 싸움, 삶에 대한 열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누구와의 싸움인가, 북벽과의 싸움인가 자신과의 싸움인가. 무엇이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나. 아이거 북벽은 성공한 자에게는 영광의 북벽이지만, 실패한 자에게는 죽음의 북벽이 되는 곳이다.

(이들은 빨간 선으로 표시된 노멀 루트를 올랐. 사진 출처 : Daum)

  

  8월 10일, 기상정보를 체크하고 오전 10시경 힘차게 북벽을 오르기 시작한 세 명은 선등자를 교대해 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북벽을 올랐다. 힌토슈토이스 크레바스, 1/2 설원, 죽음의 비박, 신들의 크레바스, 하얀 거미, 엑시트 크랙 등을 하나하나 통과하면서 책을 읽는 내손에 땀을 쥐게 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은 8월 14일 오전 8시 30분에 드디어 정상에 섰다. 그리고 품 속에서 두 장의 사진을 꺼내어 그곳에 묻었다.

  (사진 출처 : 아이거 북벽)


  이 산행기를 읽은 후 아이거 북벽 등반을 다룬 영화 ‘노스페이스 (Nord Wand)’를 보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반가들이 벌였던 처절한 싸움과 죽음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들은 왜 그 위험한 산을 올랐을까?. 작자 정광식은 이렇게 고백했다. ‘동상과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하강하면서 나는 북벽을 저주했고 나의 생의 전부라고 항상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클라이밍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는 클라이밍을 안 하리라고 이를 악문 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나는 아이스 해머를 끌어당겨 녹을 닦아내기 시작했고, 우리의 다음 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내가 갈 곳이라곤 산밖에 없으므로......’. 정광식은 두 친구를 하늘로 데려간 산을 원망했지만 결국 산으로 또 들어갔다.

(영화 Nord Wand 포스트.   사진 출처 : Daum)

  

  당시 20년째 주말 등산을 하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클라이밍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아이거 북벽의 코스와 지점을 외우며 상상의 등반을 했고, 등반 훈련장소로 알려진 영남알프스 ‘에베로릿지’를 주말마다 열 번 연속으로 오르기도 했다. 내 버킷리스트에 ‘아이거 트레일 걷기’가 있다.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걷는 트레일 코스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역에서 망원경으로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책에 나오는 코스대로 마음의 등반 해 볼 계획이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3년째 '영남알프스 9봉'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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