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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May 18. 2023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날자, 오리배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에 다녀왔다. 19년에 시작한 ‘4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 울산공연이 코로나로 취소되었다가 이번에 열렸다. 19년에는 창원 콘서트에 갔었는데 그때의 감동에 한 번 더 젖어들고 싶어서 4년 만에 두 분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시간을 몽땅 가슴에 담고 싶어 맨 앞 두 번째 줄 좌석을 예매했다.  

 어둠이 걷히고 첫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가슴 한 곳에서 울컥하고 뭔가 올라왔다.


<서해에서 > -1집

‘서해 먼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멀리 퍼져간다’ 

노래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동안 군 복무하던 서해 바닷가 마을이 감은 눈 위로 선명하게 떠 올랐다.


<회상> -1집

‘해 지고 노을 물드는 바닷가 이제 또다시 찾아온 저녁에 물새들의 울음소리 저 멀리 들리는’

박은옥의 청아한 목소리가 살며시 날아와 내 품에 안겼다. 4년 전 모습에서 티끌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60 중반의 나이에도 내 첫사랑 같은 목소리가 나오다니. 파도, 바위, 달, 사랑,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시처럼 음악처럼 노래가 이어졌다


<촛불> -1집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 고향마을에 놀러 가서 뜨끈한 구들장에 앉아 막걸리 몇 잔 마시고 친구가 기타 치며 불렀던 노래.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그 겨울 공기 속으로 소리 없이 내리던 어둠. ‘시인의 마을’과 ‘촛불’의 인기로 정태춘은 1979년 MBC 10대 가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북한강에서> -5집

‘짙은 안갯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노래 가사가 그대로 문학이라 신춘문예에 응모하자는 지인들이 있었다는 이 노래. 2003년 어느 봄날 아침, 북한강가에 서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들었던 이 노래. 통기타 초보인 내가 쓰리핑거 주법이 어려워서 아직도 스트로크 주법으로 연습하고 있는 노래다. 연말 모임 때는 쓰리핑거로 노래할 수 있기를...

   

<떠나가는 배> -4집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잔잔히 노래가 흘렀고... 2019년 봉하마을에서 이 곡을 부르던 모습이 오버랩되었고.


<시인의 마을> -1집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1978년 발매한 1집에 있는 노래. 정태춘 이란 이름을 알린 노래. 당시 대학 가요제 노래와 외국풍 통기타 노래를 주로 듣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듣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 서정을 노래한 이 곡은 음유시인의 등장을 알리는 곡이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8집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정태춘 노래는 1989년부터 대중가요에서 민중가요로 전환을 하며 사회비판적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 이 시기에 만든 노래로는 ‘92년 장마. 종로에서’, ‘이 어두운 터널을 밝히고’ 등이 있다. 2008년 이후에는 다시 차분하게 주변의 자연과 인간의 풍경을 그리는 노래를 만들었고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등이 있다.

가수 알리가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를 불러 깊은 인상을 남


<정동진 3> - 10집

박은 님 '정동진'과  분위기가  다른 노래다. 'Queen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겐  정동진 3이 있다'는 노래다. 샌디에고, 티후아나, 정동진 세 곳 다 가 본 나에게  깊게 다가오는 노래였다.


<사랑하는 이에게> -1집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총 17곡의 노래를 불렀고 앙코르곡으로는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려주었다.

두 분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도 흔들렸고 마음이 봄밤처럼 데워지는 저녁이었다.   

  

  정태춘은 가요계 사전 심의제도 폐지를 주도했다. 1990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전심의제도에 의한 검열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투쟁을 시작했고 199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된다. 이 결과는 한국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되고 있다. 


시대의 아픔과 서민의 애환을 같이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한국의 음유 시인.

10년 후에 여전히 청춘일 그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다.

 일부 내용 참고 및 사진 출처 : 공연 팸플릿      

  

정태춘 출간 도서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9년)

정태춘 다큐 영화 : 아치의 노래 (2022년)

    

    https://youtu.be/QYxyV2XC7Gc


북한강에서 - 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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