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미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불렀던
이국적이고 새콤달콤한 이름
지금은 가끔 기분 업될 때
부르는 이름
'○숙씨'
그녀를 두 번째 만났을 때 불렀던
올드하고 친근한 이름
지금은 평상시
부르는 이름
'김여사'
그녀와 함께한 지
십여 년 지났을 무렵부터
내가 약간 다운되면
부르는 이름
'김○숙!'
그녀로 인해
내 몸 온도가 급상승될 때
부르는 이름
나는 그녀를 늘
'미셀'이라 부르고 싶다
꽃이 되어 주세요
건데, 오늘
그녀를
김.○. 숙!이라고
목에 핏대 세워
다섯 번이나 불렀다
마음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