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월, 어느 날

by 헤비스톤


남창 장날,

떠들썩한 길목에서

미나리와 감 곱게 놓아둔

할머니 한 분


아흔넷,

세월의 무게 가볍게 지우고

정성스레 기른 아들의 농산물을

이웃들과 나누는 손길


아들딸은 말렸지만,

"욕하는 사람 있어도

난 이 일이 좋아."

말씀에 담긴 단단한 기쁨


오늘도 오만 원 벌었다며

환히 웃는 얼굴

통장에 오백만 원 채웠다며

아이처럼 자랑하는 목소리


남은 감 몽땅 건네며

"천 원만 줘"

마음까지 넉넉히 나누는 당신

그 얼굴에 핀 행복이

장날의 햇살처럼 눈부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담장 너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