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끝자락에
책장을 정리했다
베란다 창으로
가늘게 스며드는 햇살 아래
내 손길 스쳐 지나간 영혼들
한 권 한 권 만져본다
책장 사이사이로 피어오르는
묵은 향기
내게 말 걸어왔던 단어들
날 위로해 주던 문장들
가슴속 허전함 채워준
감성의 조각들
그대들은
내 삶의 갈증을 해소해 준
샘물이었고
어두운 밤길 밝혀준
작은 등불이었다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손에 닿아
그들 마음 따뜻하게
덮어주기를
다른 영혼의 불빛 되기를
내게 속삭였던 그 숨결로
다른 이들 아픔 덜어주기를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아
너희를 떠나보낸다
(60여 권의 책을
아파트 도서관에 기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