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를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다행히 새벽에 비가 멈추었다. 비 그친 후 산행은 계곡을 흐르는 음악소리와 버섯들의 군무에 취해 온 산에 널려있는 엔도르핀을 실컷 마실 수 있어서 배낭을 꾸리는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왔다. 대야산 등산로에 들어서자 용추계곡에서는 자연으로 만들어진 여러 악기들이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쳐고 있었다. 용추폭포에 이르자 콰과과쾅!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운명에 이어 하드락까지 한곡 더 듣고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그치고 산행하는 날은 등산로에 땅의 향기가 올라온다. 여러 버섯들이 뿜어내는 향기도 가슴으로 맡을 수 있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나뭇잎들이 몸을 흔들거렸다. 오늘은 어떤 버섯을 만날까, 가슴 설레며 나도 춤추듯 덩실덩실 걸었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새소리, 물소리
앗, 청설모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콧속으로 엔도르핀이 날아 들어왔다. 김민기 노래 <봉우리>를 흥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저만치 앞쪽 숲 속에서 노란색이 얼핏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