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승! 15년 만이라고 한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광팬이다. 천하의 김여사도 자이언츠 야구 시청 중인 스톤은 건드리지 않는다. 지고 있을 때 잘못 건드리면 스톤이 헐크로 변한다.나의 야구사랑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리던 화랑대기 야구를 빠지지 않고 보러 다녔다. 주말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4게임을 끝까지 지켜보곤 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당시 고교스타들, 박노준, 김건우, 윤학길, 양상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노준, 김건우, 양상문, 윤학길)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산연고지 팀인 자이언츠를 응원하게 되었다. 자이언츠 광팬이 된 건 84년 코리언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지금도 1차전부터 7차전까지의 주요 장면들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너무나 강렬하게 내 뇌리에 박혀버린 순간들이다. 지금도 때만 되면 방송되는, 영화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는 ‘84년 코리언시리즈, 최동원 4승’이다.
(왼쪽부터 김용희, 김용철, 최동원, 유두열)
최동원 김용희 유두열,,,,로 시작된 자이언츠 스타들에 이어서 1992년 두 번째 우승으로 주형광, 염종석, 박정태, 박동희 등의 스타들도 탄생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우승이 없다. 지금도 야구팬들에게 회자되는 ‘8888577’ 기간에도 열심히 사직구장에 응원하러 갔었다. 혹시 오늘은 이기려나 하는 희망을 품고,,, 결과는 역시나였지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염종석, 박동희, 주형광, 박정태)
그런데 9연승! 아홉 번 연속 승리라니. 한 달 동안 경기한 4월 말 성적이 1위라니!. 이게 꿈인가. 8연승. 9연승 중계방송 보던 내내 가슴이 떨려 위기상황에선 제대로 못 보고 채널을 돌리곤 했다. ‘봄데’, 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의미이다. 작년에도 4월 말에 2위였으나 5월 말에는 9위로 내려앉은 롯데. 그런데 올해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오랫동안 롯데를 지켜봤는데 올해는 뭔가 다르다 (달라야 한다!!!) 올해 보강된 선수를 보면, 안권수, 펄펄 날고 있다. 김민석, 제2의 이정후라고 한다. 노진혁, 유강남, 이적 후 아주 잘하고 있다. 기존 선수들도 모두 분위기를 타고 가속도가 붙고 있다.
(9연승! 이날 사직 구장은 열광했다)
나는 경쟁의식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남과 경쟁해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자이언츠가 지면 열이 난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마을 축구팀이 옆 마을과 시합할 때 ‘이겨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해한다. 이전에 비하면 지금은 열정이 많이 식었다. 퇴직 전 결재받는 위치에 있었을 때, 나에게 결재 들어오기 전날의 롯데 승패를 알아보고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어느 직원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작년 9월 울산 문수구장에서 롯데-기아전이 열렸다. 오랜만에 스탠드에 앉아 자이언츠를 응원했다. 옛 생각이 났다. 올해부터는 틈틈이 사직구장을 찾아가서 응원할 생각이다. 현장에 가서 야구를 직관하는 것, 집에서 중계방송 보면서 치맥 먹으며 응원하는 것, 둘 다 성패를 떠나 나에게는 조그만 즐거움이다. 지면 ‘상대가 더 잘했구나’ (내일은 이기겠지), 이기면 더 보탤 것도 없이 기분이 좋다.
노래방에서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노래, ‘부산 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함께 사직구장에서 자주 불렀었다. 사직구장에 몰래 소주 숨겨 들어갔던 때, 유퉁 아저씨 응원하던 모습, 이 성득 해설위원의 편파방송 들으며 낄낄 웃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다른 팀들보다 전국구 팬이 많은 롯데 자이언츠. 1992년 이후 아직까지 우승을 못한 롯데. 어느 야구 기사를 보니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면 부산이 뒤집힐 것이라고 했다. 아무렴 뒤집혀야지. 올해는 한번 뒤집어 보자. 어제는 잠시 쉬어가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승리하는 날이 되리라. 기아 전 중계방송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치맥은 준비되었다. 아자아자 자이언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