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또 한 걸음
연둣빛 꿈을 안고 오르던 어느 날
네 앞을 막은 건
세상이 던진 바위,
무거운 침묵이었다
그때 넌 물었지
왜 내 앞에 이 벽이 있는가
왜 푸른 하늘은 멀기만 한가
하지만 너는 멈추지 않았지
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들면 된다고
뿌리는 더 깊이 파고들었고
줄기는 하늘을 향해 몸을 틀었지
굽히며 강해졌고
갈라지며 견고해졌으며
몸 일부를 내어주면서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지
마침내,
바위를 넘어서 하늘을 보았을 때
늦게 온 햇살은 더 깊이 스며들었고
더디 불던 바람은 오래 머물렀네
지금 너는
비틀린 몸을 바로 세우고
자랑스럽게
승리의 브이를 그리고 있다
너의 외침이 들린다
"나 아직 살아 있어!"
(5/11, 김해 무척산 등산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