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드는 일은
내 마음의 키를 한없이 낮추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삶들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들의 숨소리가 내 어깨너머로 들려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 그것이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종이는 그저 차가운 광야일 뿐입니다.
내가 세상보다 높이 솟으려 할 때
글은 단단하게 굳어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모서리가 됩니다.
그러나 나를 비워 타인이 머물 자리를 내어주면
그 빈 곳으로 비로소
이름 없는 이들의 서러움과
작게 반짝이는 기쁨이 흘러 들어와 고입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깊은 한숨도
나보다 더 깊은 밤을 건너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눈물이 나의 문장보다 무겁고
당신의 미소가 나의 수사보다 눈부시다는 것을 고백할 때
글은 비로소 누군가의 시린 손을 잡아줄 온기를 품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나를 지우고 타인의 풍경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내가 작아질수록
종이 위에는 더 넓은 하늘이 담기고
내가 낮아질수록
글은 누군가의 발치에 닿아
위로의 등불이 됩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대지를 적시는 것처럼
타인을 향한 지극한 공경이 잉크가 되어 번질 때
우리의 글은 비로소
지지 않는 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