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생의 어느 갈림길에서 우리는 스스로 빛을 지우고 지하의 어둠 속으로 잠행한다. 세상이 던진 상처가 너무도 선연하여, 차라리 눈을 감고 저 적막한 동굴의 내벽을 더듬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 마리 고독한 두더지가 되어 제 안의 통증을 헤집는다.
기이한 것은 그 손아귀에 들린 것이다. 그것은 분명 나를 무너뜨렸던 절망의 조각이자 차가운 죽음의 흔적이었으나, 어둠 속에서 그것은 도리어 붉은 심장이 되어 요동치기 시작한다. 죽음을 심장처럼 움켜쥐고 달리는 이 역설적인 질주는, 타인에게는 도망으로 보일지언정 본인에게는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다.
비릿한 흙냄새와 폐부를 찌르는 먼지 속에서도 두더지는 멈추지 않는다. 손 안의 죽음이 식지 않는 한, 그 뜨거운 박동이 손바닥을 태우고 있는 한, 영혼은 결코 풍화되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비명 같은 질주를 시의 언어로 갈무리한다.
〈 詩 〉
가슴팍에서 박동하는 것은 내 심장이 아니다
어디서 주워 온 것인지, 누군가 던져준 것인지 모를
검고 축축한 죽음 하나
그것을 심장인 줄 알고 꼭 쥐었다
놓치면 끝이라는 본능 하나가
갈퀴 끝에 독을 올리고 흙벽을 찢는다
먼지는 폐부에 고이고, 발톱은 진흙에 뭉개지는데
손 안의 그놈은 살아있는 것보다 더 뜨겁게 요동친다
이것이 나를 살리는 것인가, 죽이는 것인가
두더지는 묻지 않는다
퇴화한 시력 대신 오직 통증만을 감각하며
무너져 내리는 과거를 등 뒤로 밀어낼 뿐
앞은 막막한 암흑이고
손바닥에선 비릿한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데
왜 발걸음은 점점 더 거칠어지는가
죽음을 쥐고 달리는 동안에만
나는 비로소 내가 된다
이 지독한 박동이 멈추는 순간
나 또한 이 고요한 흙더미 속에 섞여버릴 것을 알기에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출구 따위는 없어도 좋다
나는 지금 내 손아귀에 꽉 쥔 이 죽음을 타고
가장 깊은 어둠 속을 미친 듯이 살아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