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설 ( 醉 雪 )

by 김준완

〈 취설(醉雪) 〉

​너의 심장 소리에 보폭을 맞춘다
그림자가 그림자를 밟듯
한 발, 다시 한 발
너의 뒤를 따르는 고요한 동행

​해마다 돌아오는 첫눈은
막걸리 한 사발 크게 들이킨 듯 아득하여
너의 시야를 멍하게 적시고

​맺힌 듯 밀려온 겨울은
어느새 너의 눈앞을 하얗게 가린다

​취한 것은 눈(雪)인가, 나인가
적실 대로 적셔진 골목 끝에서
나는 여전히 너의 보폭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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