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의 분홍색 계절

by 김준완


​복숭아와 친해지고 싶어
어제는 냉장고 구석에 내 침대를 놓았다.

​조금 추울까 봐
오늘은 두툼한 파카와 수면 양말을 챙겼다.

​내일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우고
모레는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를 참이다.

​준비할 것이 참 많기도 하다.

​구석에 작은 한증막을 들이고
살얼음 띄운 식혜 한 사발을 곁에 둔다면,
복숭아도 아마
내가 오기를 가만히 기다려 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작은 냉장고 속에서
나만의 사계절을 견디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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