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공기가 푸른 액체처럼 내 피부를 적신다.
투명한 침전물 속을 느릿하게 유영하며,
세상으로부터 기꺼이 추방당하고 싶은 도시의 오후.
질식할 것 같은 소음의 파편을 한숨처럼 들이마신다.
길 잃은 익명의 여인이 보내온 파란 편지를 기다리는 허기,
내 안에서 잠식되는 세계를 지켜보는 고요한 관음.
돌연 휘청이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낯선 타자가 내 밋밋한 생에 금지된 문장들을 흩뿌리는
무례한 벼락을 꿈꾼다.
뒤엉킨 미련을 충전 케이블처럼 삼키고,
선율의 파도에 몸을 맡겨 남은 슬픔을 녹여낸다.
생의 균열이 찾아와 내일이 어제를 배반하길 바라지만,
우리 믿음은 비겁하게 견고하여
광고지 뒷면에 휘갈긴 낙서 같은 하루를 무채색 풍경으로 박제할 뿐.
잠들지 못한 우리는 영원한 꿈의 포로.
밤의 심해 속에서 은밀히 일렁이는 내면의 소음을 듣는다.
고독은 오늘도 내 때 묻은 외투 깃에 매달려 속삭인다.
“내 말, 듣지 않을래?”
대답 대신, 나는 푸른 액체 속으로 더 깊이 몸을 섞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