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

by 김준완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더 읽어내리려 할수록
당신은 미처 닫히지 못한 입술의 잔상만 남긴 채
차갑고 무거운 수면 아래로 고요히 가라앉습니다.
나는 끝내 발이 닿지 않는 심연 앞에 멈춰 섭니다.

​부끄러움이 눅눅하게 차올라 이제 숲으로 숨지 않기로 했습니다.
숲은 미리 촘촘한 그물을 짜두고
내 진심이 스스로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날 선 욕망을 손바닥에 꽉 움켜쥔 채
깨어 있지도 잠들지도 못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섭니다.
빼곡한 침묵 속에서 풍경 소리마저 희미해지고
가만히 고여 있던 내 심장의 맥동만이
귓가에 벼락처럼 크게 들려옵니다.

​이제는 함부로 그 깊이를 가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삶이든, 아득한 꿈이든
타인의 수심을 재려다 내 몸의 온기를 잃지 않기 위해
그저 물길이 트이는 쪽으로
내 마음 하나 가만히 띄워 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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