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골목을 가로지르다 어둠의 그림자를 발견하면
그 속으로 기꺼이 침잠하는 사람들처럼,
선혈을 뱉어내던 가을이 붉은 노을 속으로 처박혔다.
타인의 생에 길들여지느라
제 삶을 시체처럼 껴안는 습관이 밴 열여덟 소녀는,
부끄러움조차 거세된 생을 꾸역꾸역 삼켜 냈다.
삶이란 천사와 유령이 뒤섞여 벌이는 기괴한 축제 같은 것.
날마다 야위어가는 개미들의 흐릿한 체취를 온몸의 감각으로 견뎌내야 하는 일.
짐승의 눈빛은 밤새 쉴 새 없이 비명을 지르고
검은 입술들은 마른 숨을 헐떡이는데,
살아남은 자들만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무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