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하나의 하늘을 말하려다
문득 가슴 안쪽으로 비가 스밉니다
스쳐 가는 노란 불빛 속에서
당신이라는 오래된 버릇이 번집니다
서른의 문턱,
보랏빛 어린 꽃에 얼굴을 묻으면
철 늦은 국화 내음이 서늘하게 감돕니다
당신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결코 가닿지 못할 저편을
붙잡아두려는 어리석은 손짓입니다
투명하게 바랜 향기가
시들지 않는 꽃잎 위로 하얗게 내려앉을 때
그제야 나의 서른을
당신이라는 이름의 아픔으로 묶어두겠습니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었으나
서로의 계절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채
보랏빛 흔적 위에
서로 다른 무늬의 향기로 흩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