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시 ] 노란 오리

1, 기만의 색채

by 김준완

〈 기만의 색채 〉
.
.
​오래전 꿈속에서
불결한 사념을 품었던 노란 오리를
오늘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마주 보다
꿈의 바깥으로 밀려났습니다.
오리가 숨긴 사념이 궁금해집니다.

​삶이 감춘 것들은 알 수 없기에
나는 구르는 돌들만 바라봅니다.
언젠가 저 돌들이 말을 걸어올까,
휘파람을 불까 망설이며 기다립니다.

​오늘도 주어진 생의 소임을 마친 당신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산을 옮기는 의지와
돌이 입을 여는 기적 중
무엇이 더 생명의 심장에 가까운 것일까요.

​입술 끝에 차오른 질문을 삼킵니다.
하루의 시작은 혼자이고
끝내 모두가 혼자가 된다는 진리를
노란 오리는 몰랐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기만적인 눈빛을 보일 리 없으니까요.

​언젠가 흰 소복을 입고
줄지어 떠나던 누이들처럼
노란 오리들은 옛 기억을 끌며
어디론가 줄지어 갑니다.


삶은 굶주린 개와 같아서
어느 날 이유 없이 짖어대고
지치면 울음을 터뜨립니다.
울다 울다 비탄이 차오르면
오리는 노란 물감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뒤틀린 사과 하나를 베어 뭅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