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발자국 소리를 잊고 산 지 오래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설원의 속살 속으로
무작정 침범하고 싶어진다.
어른이 된 뒤 목도한 세상은
내 사유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비대해진
무력감의 덩어리다.
어느 결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장에 시선이 멈춘다.
오랜 신앙의 관성일까.
그러나 진리라는 개념은 언제나
진실보다 한 박자 늦게 당도한다.
서리해 온 참외처럼,
이미 타인의 손길이 닿아
미지근하게 체온이 변해버린 상태로.
나이가 들수록 철학보다는
시와 소설 쪽으로 몸이 기운다.
개념은 늘 사건의 잔해 뒤에 박제되어 도착하지만,
문장은 여전히 날것의 숨을 몰아쉬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와 본질을 기어이 도려내고,
몸과 마음을 이분하는 버릇들.
우리는 그런 결별에 너무 오래 길들여져 왔다.
신의 존재를 묻기보다,
인간의 남루한 형편을 가만히 응시하는 눈빛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스레드의 타임라인을 표류하는 불면의 기록들.
서로를 향해 던져지지만,
제자리에서 맴돌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고독한 독백들이다.
베들레헴의 별을 쫓듯
누군가에게 무모하게 달려가고 싶은 밤이 깊다.
수염도 깎지 않은 눈사람이
무심하게 툭, 안부를 건네오는 기적이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조금 더 자주, 현실의 체온으로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