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흉터

by 김준완

​들풀의 눈을 피해 웅덩이에서 건져 올린
훔친 오리알을 아물지 않은 배꼽 사이에 밀어 넣었다
그곳은 내가 세상과 작별하지 못한 유일한 파구(破口)
덜 닫힌 살문 사이로 알의 미지근한 점액이 쏟아져 들어왔다


​알 속의 것들은 내 몸을 먹이 삼아 지도를 그렸다
핏줄을 타고 내려가 고여 있던 구정물을 마시고
누군가 던진 말에 부서져 떠돌던 가슴뼈 조각들을
둥글고 납작한 주둥이로 진흙처럼 짓이겨 붙였다


​날마다 내 안의 폐허를 수소문하던 그것은
맞춰지지 않는 뼈의 절단면마다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찬송가를 불러 주었다
뒤틀린 내장벽마다 축축한 화음이 이끼처럼 돋아났다


​금이 간 뼈들이 서로를 껴안으며 단단해질 때쯤
배꼽 주변으로 짓무른 깃털들이 끈적하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훔친 것을 돌려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뚫고 나올 거대한 조류의 태동을 느끼며
검은 물이 고인 웅덩이 속으로 스스로 침몰한다


​부화가 끝난 배꼽 속은 텅 비어 차갑고
내 몸 어디에도 오리는 없는데, 뼈들은 자꾸만 찬송가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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