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리

by 김준완

자궁 안에서부터 나는 길들여져 있었다

밖에서는 같은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반복되었고

나는 젖부터 물었다.


소리와 색과 빛을 가리지 않고 입에 넣었다

먹는 일은 흉내를 내는 일이었고 남긴 것은 없었다

더 먹을 것을 찾다 나는 나를 소모했다


그제야 낮은 소리가 도착했고

실처럼 얽힌 곳에

작은 날개들이 멈춰 있었다


계절은 빛 아래 잠시 머물렀고

그 뒤에는 비어있는 공간만 남았다


아무것도 붙잡히지 않는 자리에서

몸이 처음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