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문득, 아리아를 부르다 밑도 끝도 없이 오리가 된 여자의 심정을 생각한다.
그것은 거대한 비극이라기보다, 노래를 이어가려던 혀가 돌연 깃털로 치환되는 순간의 지독한 어색함에 가깝다. 선율을 밀어 올리던 입술은 딱딱한 부리로 굳어지고, 고음을 향해 벼리던 목청에서는 비릿한 물 냄새가 배어 나온다. 소리는 여전히 터져 나오나 음정은 파쇄되어, 이제는 울음이라는 날것의 잔해만 무대 위를 뒹굴 뿐이다.
객석의 풍경은 박제된 듯 그대로인데, 무대 위 나라는 존재만 종의 경계를 넘어선다. 가장 인위적인 예술의 정점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물학적 추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제 나의 호흡은 정교한 4분의 4박자가 아니라, 본능적인 수면 위의 리듬을 따른다. 수직으로 치솟던 고음의 의지는 꺾이고, 나는 이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젓는다. 화려한 벨벳 드레스 밑으로 차가운 무대 바닥이 늪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 심상을 어떤 선으로 붙잡을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짐승의 소리로 전이되는 번역 불가능한 소멸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의미를 잃고 오직 물질로만 남는 찰나.
그래서 나는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떠올린다.
아무런 대상도, 서사도 남지 않은 칠흑의 화면. 모든 감정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차라리 암전을 선택한 절대의 공간. 오페라를 부르다 오리가 된 여자의 심정 역시 그 검은 면 속에 유폐되어 있을 것이다.
노래는 끝났지만 , 여전히 축축하게 젖어 있는 어떤 형체.
환호도, 비난도 도달하지 못하는 정적 속에서
마치 그것이 생의 유일한 정답인 양 굳어버린, 어느 이질적인 뒷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