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표절

by 김준완

침묵을 가득 채운 마음은
언제든 타인의 문장으로 번역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의 고요를 훔쳐 온 것 같은 부채감 위로
레몬즙 한 방울을 떨군다.


시큼한 산이 고인 침묵을 침식하기 시작할 때,
혀끝에서 번지는 차가운 통증은 비로소 누구의 것도 아니다.


통증은 복제되지 않으며,
오직 겪는 자의 것이므로
나는 묻는다.


이 산미는 어디서 왔을까?
타인의 문장 사이를 표류하던 기각된 단어들일까,
아니면 내 안의 무명이 스스로 삭아 흐르는 것일까.


질문이 혀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동안,
표절이라는 불안은 증발하고
마음은 낯선 신맛을 따라 제 길을 낸다.


오직 나라는 농도로 각인된 흉터를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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