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사랑의 완성은 망각이다.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패배해야 한다.
방금 나를 찌르고 간 당신의 언어를, 내 의식 밖으로 밀어내는 일에 나를 기꺼이 걸어야 한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사랑에 있어 축복이 아닌 형벌이다.
선명하게 새겨진 서운함은 결국 상대를 가두는 창살이 되고, 나는 그 창살 너머로만 당신을 보게 된다.
과거의 당신을 보느라 오늘의 당신을 놓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고요한 소멸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언제든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억하지 않기로 작정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생살을 도려내듯 상처를 밀어내는 처절한 투쟁이다.
내일 아침 당신을 다시 ‘처음’으로 맞이하기 위해, 나는 밤새 내 안의 당신을 하얗게 지워낸다.
잊는다는 것은 방기가 아니다.
상대가 내 안에서 언제든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기꺼이 내 영혼을 비워두는 가장 고독한 헌신이다.
사랑은 기록이 아니라, 매 순간의 경이로운 망각 위에 피어나는 꽃이다.
나는 오늘도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당신이 남긴 흉터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기로 한다.
망각은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거대한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