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료들을 소개합니다
아쉽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루크와 조던이 떠난 자리는 새로운 영국과 프랑스 인턴들로 채워졌다. 이번에도 두 명의 영국 룸메이트와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이번 룸메이트들은 흑인이 아닌 백인이었고, 공동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들의 위생관념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전까지 나도 깔끔한 편은 아니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캐나다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 중 하나는 체육 시간 전후, 다른 인종의 학우들이 밀폐된 탈의실에서 뿌리는 데오드란트(탈취) 스프레이의 냄새였다. 무더운 날씨에 땀으로 흠뻑 젖은 양말과 티셔츠를 이층 침대 사다리에 걸어놓고, 그걸 다음 날 그대로 입는 모습은 참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서로의 어색함이 점점 익숙해질 즈음, 우리 방에 마지막 남은 자리에 프랑스 인턴인 볼칸이 배정되었다. 당시 프랑스 5부 리그에서 아마추어 축구 선수로 뛰고 있던 그는 거친 외모와 달리 리더십이 뛰어나고 솔선수범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처음 볼칸이 방에 들어온 날,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누렇게 물때가 낀 세면대와 변기의 상태를 보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세정제와 청소용 솔을 사 와 화장실을 깨끗이 닦기 시작했다. 나도 평소 청결하지 못한 상태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아무도 청소하지 않는 찝찝한 공간을 굳이 내가 청소할 필요가 있나 싶어 그냥 두고 있었다. 윗옷을 벗고 열심히 청소를 마친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번에는 내가 청소를 했지만, 이제부터는 같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 신경 써서 지냈으면 좋겠다.”
덥수룩한 수염에 근육질인 볼칸이 청소에 사용한 화장실 솔을 들고 위협적으로 말하는 모습에 지은 죄가 있는 우리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고..고마워. 앞으로 깨끗이 사용할게.”
그렇게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른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많이 친해졌고, 다른 프랑스 인턴들, 추가로 합류한 캐나다에서 온 인턴과 함께 총 8명이 무탈하게 즐거운 생활을 했다.
당시 함께 했던 인턴들을 소개하자면:
찰리 (영국): 항상 더비 유나이티드의 옷을 입고 다니며, 굉장히 외향적인 전형적인 인싸 느낌의 인턴. 모든 운동을 잘하고 금발에 준수한 외모 덕에 늘 주위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알렉스E (영국): 붉은 머리를 가진 스토크 출신의 인턴. 마른 찰리와 비교해 풍채가 있으며, 강한 엑센트 때문에 가끔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었다.
볼칸 (프랑스): 터키계 프랑스인, 덥수룩한 수염에 다부진 몸매, 강한 리더십을 가진 인턴. 축구를 좋아하며, 실제로도 프랑스 팀에서 뛰고 있었다.
카림 (프랑스): 터키계 프랑스인, 볼칸과 같은 학교에서 온 장난기 많은 인턴. 일보다는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으며, 험상궂은 외모와는 다르게 애교로 남녀 불문하고 사람을 녹이는 재주가 있었다.
알렉스D (프랑스):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 당시 제일 어린 인턴. 비디오 편집과 사진 촬영에 뛰어나 업무 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니나 (프랑스): 모로코계 프랑스인. 성격이 낙천적이고 털털하며, 영어로 이야기할 때 프랑스인 특유의 강한 엑센트가 있어 다른 인턴들이 가끔 놀리기도 했다.
린지 (캐나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캐나다에서 온 인턴. 동부 출신이었지만 나와 같이 캐나다에서 온 인턴. 특히 프랑스 남자 인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렇게 각기 다른 나라, 배경을 가진 인턴들은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 시작했다.
-터키 앙카라에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