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의 현실

by 마루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순간들이 지나 이 모든 게 과거가 되고 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에 현재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를 산다는 게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와중에도 현재는 계속해서 과거가 되고 있다. 만약 길이가 10cm가 되는 인생 그래프가 있다면, 현재의 비율은 1cm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조차 곧 현재가 되고, 바로 과거로 흘러가 버린다. ‘현재’는 뜬구름처럼 잡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짧은 터널을 지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 생각이란 건 현재의 내가 존재하기에 이루어지는 행동의 과정이자 결과라는 맥락이다. ‘나’라는 인간이 존재함으로 인해 현재를 나타내고 표현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서 ‘현재’라는 시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있음’이 있는 건 ‘없음’이라는 것이 있어야 ‘있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고, ‘빛’이 있는 건 ‘어둠’이 있어야 ‘빛’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그러하다.


그저 현재가 존재하기에 과거가 있고, 과거가 존재하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다. 존재함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들.

현재, 지금 이 순간은 여전히 살아있다. 언제까지고 숨 쉰다. 앞서 말한 예로 든 10cm의 인생 그래프로는 사실 그 비율을 가늠할 순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작아지는 현재의 모습들을 보며 과거를 탓하고, 미래를 꿈꾸는 흐름들이 어쩌면 이러한 현재의 비율을 1cm로 보고 있는 우리의 상상과 실상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순간을 살자” 이 말은 어쩌면 그래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은 현실이 된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면 그게 현실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은 이따금씩 현재의 비율보다 과거의 비율이 높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며 내 현재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순간들이 모여 과거가 되고, 그로 말미암아 흘러가는 시간들에 미래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속한 게 아니다. 1cm의 비율이라 착각하여 받아들이고 내 현실을 재단하는 것, 그로 인해 과거를 부정하고 후회하며 미래를 희망하는 것, 이것은 현재를 살고 있지 않다고 내게 선언하는 의미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없는 것이라고 내게 각인시키는 짓이다. 습관적으로 결국 무의식이 되는 결과로 만들어지니까.


말하자면 현실은 있다. 10cm 속 1cm가 아니다. 비율로 따질 수 없는, 수치로 매길 수 없는 현재의 찬란함을 직시하면 된다. 그토록 생각하고 상상하는 과거와 미래는 현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각자 따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하나를 미워하거나 도태되어 버리면 다른 하나는 무너져 내린다. 대교를 지탱하는 수십 개의 다리가 모두 중요하듯, 인생을 지탱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이 모두가 튼튼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인생을 건널 수 있다. 안전하게 대교를 건너듯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keyword
팔로워 8
매거진의 이전글잠은 안 오고, 별은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