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속에 놓인 패턴

by 마루


얼어붙은 강가의 얼음이 추위에 더욱 얼어붙는다. 늘어진 인간의 몸이 고립에 더욱 늘어진다. 세상과 마주함은 세상과의 소통이며 사람과 소통은 존재의 인식이다.

내가 나를 인식하는 건 거울을 통해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지만, 가장 길게 체감할 수 있는 건 나와 형체가 비슷한 사람과 내가 속한 세상을 직접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의 반복이 곧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을 사는 것에 이것만 포함될 순 없지만, 이것이 없다면 삶을 이루는 게 어려울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때론 삶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놓게 되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몸이나 마음의 변화, 상황의 변화,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인해서 말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삶은 나와 대립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를 유지하게끔 도와주던 삶을, 이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점점 고립에 빠진다.


삶을 놓게 되고 고립에 빠지게 되면 그때부터 제일 큰 적은 다름 아닌 '나'라는 녀석이 된다. 지금 이 상태가 믿기지 않는 마음과 더불어 이 상황 속에서 하염없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음을 탓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는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본인인 아이러니함 속에서 회복할 여건 없이 계속해서 고립의 상태에 놓인다.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기에 세상이 나를 꺼내어주길 바라는 작은 희망만 가진 채로.


영원히 고립에 처해있진 않는다. 우연이든 운명이든 타의든 자의든 하나의 사건이 생긴다. 그로 말미암이 고립에서 나올 여건을 만들 수 있다. 고립의 시간과 상관없이 결국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은 최종적으로 나에게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탈출할 구실이 만들어지면 그다음은 '나' 차례다. 그 줄을 잡고 탈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다.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고립에 직면하게 된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가장 좋지만 피할 수 없거나 여전히 그 속에 있거나 빠져나왔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전보다 삶을 사는 게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매번 탈출할 구실을 찾아야 하고 그 줄을 잡을지 말지 선택해야 하고 이전보다 더 힘을 내서 살아야 하는 막막한 앞길이 나에게 놓여있다면, 어떻게 할까.


고립이라는 힘든 상황 속에 몇 번이고 마주하다 보면 알게 된다. 이 패턴의 반복성을. 상황은 자세히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사람을 괴롭히는 상황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내게 온다면 그걸 안다면,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변할 수 있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 막상 고립이 되면 간파해 내고 깨닫는 과정이 힘겹기에 매번 똑같이 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막상 빠져나오면 새까맣게 잊고 현실에 집중는 것에 바쁘기에 그런 것이다.

위험에 대비하지 않고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삶의 위기, 곧 고립이라는 사건을 내 인생에서 떠올려보자. 만약 지금 고립된 상태라면 더욱 생각해봐야 한다. 피해자는 본인이다. 사건을 분석하고 간파해내보자. 고립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혹은 고립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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