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틈틈히 채우며 바쁘게 움직이는 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내 자신을 타이르며 다독였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도 실패하는데, 나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싶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도 불구하고 나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열심히 사는 와중에도 놀고 쉬면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남들은 손쉽게 하는 것마냥 느껴졌다.
무너졌다. 그게 아닌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내가 무너진 뒤였다. 무너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야 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 속엔 '남들처럼'이라는 안 좋은 희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를 옭아매는 이 속박의 굴레는 계속되었고 난 쓰러져버렸다.
열심히 사는 것,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 그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나를 무시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의 기준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틀을 정해 놓고 스스로를 부추긴 것이다.
쉴 땐 쉬고 아플 땐 아프고 다시 걸어가야 할 땐 걸어가야 함을 난 알지 못했다. 다가오는 일들에 매번 내가 선택해야 그게 맞다고 여겼다. 선택에 제대로 된 책임도 못 지면서 말이다. 시간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가오는 일과 선택에 속전속결이었고,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백이 생기는 걸 두려워 한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시간을 방치한 채 둬버리면 내가 도태되는 사람인 마냥 느껴지니까.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시간의 공백을 여유롭게 여기고 싶다. 무조건 바쁘게만 산다고 다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선택과 관심, 내게 주어진 몫을 최선을 다해 살고 그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잘했다고 다독여주는 시간, 내가 관심을 두는 것들에 대한 시간,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그 공백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