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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Aug 17. 2018

관계, 사소한 어려움의 미학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책 l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영원한 미완의 존재로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온기 있는 관계가 있어야만 우리의 삶은 가치 있어지고 그 의미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 위에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관계의 방법론을 그려낸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내가 남이고 남이 나인 세상을 위해.




관계(關係)

 삶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무엇일까? 매우 많은 답변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의식주와 같은 절대적 필요조건이나 건강, 재력 등을 잠시 뒤로 하고 중심엔 바로 사람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국가경쟁력, 경제규모 등 소위 선진화 척도들은 잠시 제쳐두고 인간관계에 주목해 보자. 사회 구성원들 간에 온기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문제들이 생겨나게 될까. 물질과 속도만을 중시하여 서로를 외면하며 발생하는 인간소외 현상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 자신에게도 직결된 문제이다. 


 정보와 연결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매일같이 문제들을 직면한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고, 말하는 대화보다는 들리는 광고와 뉴스가 더 많아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와 의견들을 쉽게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신속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개인 표현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이 쉽게 짙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눈덩이가 커져 덮쳐진다거나 작은 돌에 맞는 개구리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지만, 이미 습관과 같이 되어버린 언행은 상대를 배려하고 살펴볼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복잡다단한 정치, 경제적 과정을 중심으로 수많은 편견과 맹점이

생겨나며 분열이 야기됐고 개인, 단체 간의 통합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하지만 이러한 거대담론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 해법을 제시한다.

그것도 아주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말이다. 나의 삶이 충만해지고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에 있다. 그 역할을 바로 우리, 각 개인이 해낼 수 있음을 책의 저자는 강조한다. 타인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임으로써 관계의 온도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면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나의 진심과 노력 역시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인정받고 내가 원하는 사회를 그리기 이전에 나를 돌아보자.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회를 형성하고 싶고 어떤 종류의 사회를 통해 인정받기를 원하는가? 다시 말해 내가 오롯이 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인간은 역사적으로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연민과 온정을 표현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개인의 언행은 타인에게 파급력을 갖게 되고, 그 힘은 교환 가능하며 개인을 성장시킨다. 이는 마치 신체의 세포들이 상호 공존하고 작용하는 원리와 비슷하기도 하다. 


 개인은 집단을 만들고 집단의식은 큰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책임은 상당히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눈앞의 사소한 이익 대신 상대를 한 번 더 봐주고 한 번 덜 이기적으로 행동해본다면 그뿐이다. 공동체적 규범 속에서 개인의 욕구와 이기심은 고개를 들어 미묘한 긴장상태를 유발한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나의 작은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환히 비추고 나아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내가 뱉어낸 말은 절대로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안에 남기 마련이고 그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외적인 힘을 갖게 된다. 밖으로 표현되는 말들이 타인의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미래의 나를 만드는 힘이 있다면, 당신은 어떠한 언어를 세상에 남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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