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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Jun 17. 2021

포근함의 어법

써라운드가 보여주는 공간 지향성

포근함은 우리에게 어떤 경험일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거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나른하게 이불속에 누워 있던 기억,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인형이나 쿠션을 한 아름 껴안고 있을 때의 감각, 보드라운 소재에 어느 정도 두께감 있는 니트를 입었을 때 등이 떠오른다. 편안한 느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순간들이다.


특정한 대상이나 환경으로부터 느끼는 그러한 감각들이 나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몇 안 되는 행복한 의존을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별다른 걱정 없이 어떠한 위험의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 없는 포근함은 일종의 모성애적 환경, 즉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존이 성립될 때 가능한 경험이다.


그리고 감각의 결은 다르지만 공간과 관계하는 과정에서도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방문했던 카페 써라운드가 그러한 경험을 제공했고, 공간이 지향하는 명확한 방향성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둘러싸다'라는 의미인 Surround, 단어 그대로 카페는 한적한 주변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들어선 공간 안에는 넓은 자연 풍경이 우리 앞에 열려 있고, 음악과 커피가 더해주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리의 여유로운 시간을 포근하게 둘러싼다. 짧은 이용시간임에도 안락하게 머물렀던 경험을 환기하고, 풀어보겠다.


음악, 소리가 퍼져나가는 형상의 로고디자인


주차를 하고 난 뒤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건물의 정면 얼굴인 파사드를 거부하는 짙은 회색의 벽면이다.

동선 안내를 하는 사인들이 있고, 우선적으로 루프탑을 구경해볼 수 있도록 하는 의도에 흥미가 느껴졌다.


탁 트인 하늘과 맞닿은 루프탑의 전경


1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걸어 내려가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나는 메인 공간보다 더 높은 지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통로의 어둑함은 마치 극장이나 전시장으로 향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여닫이 문을 열면서 자연광이 묻어난 내부의 공간이 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회색, 주황색, 흰색, 검은색을 균형감 있게 사용하여 적정한 질감과 온난한 색온도를 잘 살려냈다.

색깔 대비와 조화가 깔끔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측에서 둥근 벽면을 타고 올라오는 곡선

왼쪽 공간으로 향하는 내부 디자인이 흥미로운데, 여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무래도 눈길이 가고 마음에 제일 편안해지는 대목은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다는 공간적 특징이다.

유리창 하나만을 가운데에 놓고 자연과 관계하는 방법은 직접적인 자연의 소리나 바람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한 심리적 개방성을 동반하고 평온한 공간 안으로 녹음의 싱그러움을 담을 수 있다.


넓은 창을 내어 바깥과 연결된다는 것은 사계절의 변화를  공간만의 아름다움으로 체화시킬 수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변모되는 가능성이 주어짐을 의미한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공간의 명확한 강점이다.


낮은 의자와 높은 천장은 넓고 여유로운 공간감을 형성한다

앞서 언급했던 둥근 벽면의 형태와 곡선 디자인에는 써라운드의 공간 지향성이 가장 잘 담겨있다.


벽면 쪽에 위치한 스피커와 소리가 퍼지는 방향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통창 쪽으로 향하게 배치되었다.

우리의 시선과 음악의 진행 방향을 일치시킨 것이다. 뒤쪽에서 시작하여 들려오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우리의 감상이 앞쪽으로 함께 어울려 퍼져나가는 경험이 물리적 공간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바에서 음료와 커피를 준비하는 바리스타들은 백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가 된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커피와 음악을 즐기며 앞에 펼쳐진 자연이라는 무대를 온전히 즐기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아름답고 넓은 자연 풍경이 실내에서의 감상용으로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동문을 열고 나간 외부에는 목재 가구들이 바깥에 놓여 있다. 확실히 내부와는 다르게 자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주변의 한적한 분위기는 이러한 개방적 환경에 자유로운 포근함을 더해준다.



내&외부 공간 모두를 통해 우리의 경험을 '자연 속으로'라는 명확한 방향성 아래에 두는 곳이다.

자연으로 향하는 시선의 확장과 감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써라운드만의 포근한 어법이다.

여유로움과 편안함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안성맞춤의 공간인 이 곳을 방문해 보시라.



장소: 써라운드(SURROUND) / 카페

전화번호: 0507-1326-3289

주소: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소래비로 85번 길 73-5

시간: 평일(11:00 - 22:00) / 주말, 공휴일(10:00 - 22:00)

단체석, 주차, 무선 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http://instagram.com/cafe_sur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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