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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Jun 25. 2021

개방된 편안함이 주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사운즈 한남의 진정성



익숙하고 일상적인 거리 속 풍경을 걷는다. 주어진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작은 기쁨을 누린다.

한여름에 돌입하기 전, 싱그러운 녹음의 색(色)이 충분하게 올라오는 한남동 길거리의 모습이다.



목적지는 사운즈 한남, 좋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을 쉬이 지나치기 어렵다.

사람을 위한 진심이 담긴 공간은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효익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고유한 디자인, 독특한 물성, 의도된 동선 등과 관계하며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되니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운즈 한남은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곳들 중에 하나였다. 


근처에서 마주하게 되는 외부 콘크리트의 질감과 웅장한 구조는 마치 현대적 요새 혹은 프라이빗한

리조트의 외관처럼 보인다. 더불어 지금은 보이지 않는 내부 공간에서의 체험을 상상하게 만든다.



모두를 위한 사적인 열린 공간


이 역설적인 문장은 사운즈 한남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공간 특색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열린'이라는 의미는 이곳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자격이나 구매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열린 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개방된 장소에 머물며 시간을 즐기고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가면 될 뿐이다.


'사적인'은 이곳의 공간감에서 비롯되는 감성이다. 천장이 없는 외부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외벽으로 동선을 감싸고 있어 도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조용한 분위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각기 다른 외부 형태를 가진 5동의 건물들이 긴밀하게 모여 있다. 햇빛을 받게 되면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드러내는 콘크리트 벽면과 회색 벽돌들이 차분한 조화를 이루며 안정적인 무게감을 더한다. 



정돈된 변주의 연속


사운즈 한남에서 느낀 또 하나의 매력은 분위기의 전환이었다. 개방된 통로들이 서로 막힘 없이 연결되어 있어 동선이 꺾이는 지점마다 공간의 얼굴이 다양하게 드러나는 건축 어법이 우리에게 체험적 요소를 전달한다. 골목길들의 집합이 난해하지 않고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정돈된 변주를 만들어낸다. 자연적 현상이 아닌 인공적 설계와 명확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아니기에 전체적인 형태를 파악함에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덕분에 구석구석 걸어보게 되며 얻게 되는 재미가 있다. 막히지 않은 걸음의 연속이 짧은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파티오(Patio)이다. 스페인어로 '안뜰'을 의미한다. 주택 혹은 위쪽이 트인 건물 내의 중정을 지칭할 때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은 마치 잘 조성된 내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배치된 의자와 테이블을 활용하여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느긋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음이 편안하다. 입점해 있는 식당과 문화&라이프스타일 샵들은 공간의 분위기와 자연스레 융화된다. 도심 속 휴식의 분위기 아래 사람들 간의 사회적 교류가 느슨하게 일어나는 현장인 것이다.



또한 무채색 계열이 지배적인 공간에 초록과 빨강의 원색을 더함으로써 생동감을 부여한 선택이 돋보인다.

가장 친근한 건축 재료인 벽돌과 함께 공존하는 식물의 생명력에 시선을 둠이 편안하다. 리조트(Resort)의

가치인 쉼을 제공하는 목적성에도 잘 부합하는 자연과의 시각적 환기이다.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지하는 넓은 공간감과 시원한 공기가 어우러진다.

잘 꾸며진 지상을 두고 어두운 밑 공간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

지상에는 건물들의 따뜻한 부피감이 돋보이는 반면, 지하의 넓게 비워진 공간에서는 규모감이 느껴진다.



전시 공간과 식당이 위치한 2층 역시 갖춰진 조경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1층과는 달리 아래로 내려다보며 조감할 수 있는 시점의 변화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왔던 공간을 다른 위치에서 본다는 것에 단순한 동선 변화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 지나간 기억을 환기하고 되짚어보는 다각적인 점검이 되기 때문이다. 관점을 창의적으로 종합해보는 좋은 훈련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이렇게 공간을 둘러봄으로써 나만의 시선을 다듬거나 중요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다.



고층, 고밀화된 도심 속에서 현대인들의 취향에 녹아드는 것들 중 하나는 작고 확실하게 다가오는 경험일 것이다. 많은 컨텐츠들이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분류되고 생성되는 흐름이 지배적인 요즘, 사운즈 한남은 더 깊이 있는 통찰로 큰 그림을 그려냈다. 음식,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상업적 공간의 집합에 여유와 쉼의 요소를 작은 규모로 확실히 구현해낸 것이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지속성과 개방성을 겸비한 성공적인 브랜딩을 현실에 적용시켰다.


거창하지 않되 필요한 본질에 귀 기울이는 곳, 새로운 영감으로 기존의 관점을 확장시키는 기회가 되는 곳.

공간이 사람과 관계하는 방법을 관찰하고 충실히 느껴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서 위와 같은 경험들은

확실한 긍정성과 만족감으로 연결된다. 자유로운 창의성과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이 담긴 공간을 소비하는

즐거움이 널리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운즈 한남의 진정성, 꼭 한번 탐구해보시라!



장소: 사운즈 한남(SOUDNS URBAN RESORT HANNAM)

연락처: 02-511-7443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35

시간: 매일 09:00 - 22:00 매장별 상이

http://www.instagram.com/sounds.ha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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