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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Aug 04. 2021

정돈과 변주, 재즈와 같은 공간

턴다운서비스의 톤 앤 매너

다양한 얼굴의 서비스

 

호텔에서 투숙을 할 경우, 사용 중인 객실의 침구류가 정리되고 기타 용품들이 새것으로 교체된 경험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턴다운서비스(turndown service)라는 호텔 객실 서비스 용어뜻이다. 이러한 단어를 브랜딩에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죽으로 만들어진 호텔 가구들에 대한 관심과 접근이었다. 턴다운 서비스는 가죽제품 공방 및 쇼룸 브랜드의 이름이다. 그리고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모리츠플라츠 카페 서비스와 함께 빈티지 가구, 조명 판매를 동시에 겸한다. 이와 더불어 작가의 창의성이 담긴 그림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갤러리의 색깔까지 갖추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방면의 얼굴을 가진 업장 이미지가 연상된다. 분명히 문화적 방향은 다채롭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시각성은 잘 정돈된 모습이다. 바닥에는 포근한 재질의 카페트가 깔렸다. 옛 중식 포차였던 벽면의 흔적들은 따뜻한 색감의 우드톤으로 감싸져 매장 전반에서 편안함과 아늑함으로 표현된다. 가죽 제품과 컬러톤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조명의 빛에서 나오는 색감의 균형은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눈이 닿는 곳에 완성도를 높여준다. 반면 그 안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가구들이 변주를 더한다. 또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는 머무는 시간 속 감상의 순간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일상의 작은 영감이 되고자 하는 공간 방향으로 읽힌다. 단발적인 트렌드보다는 오래 머물 수 있는 가치를

그들만의 차분하고 정돈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애견 동반이 가능하며 동물을 매개로 하는 소통의 기회가 생긴다.)



한 계단 낮게 내려가는 입장, 외부를 향해 열려있는 문, 열린 자세로 우리를 맞이하는 여유로운 첫인상이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판매 중인 각종 물품들이다. 크지 않고 심플한 디자인의 라이프 스타일 굿즈와 그림들이 마련되어 있다. 선명한 색깔의 빈티지 의자를 비롯한 가죽 제품들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공간을 둘러볼 때 서서 감상하는 것이 기본이 되나, 특정 위치에 앉아야만 보이는 시선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간소한 크기의 의자와 테이블에 눈높이를 맞추어보니 어딘가 옛된 느낌을 간직하고 있음이 보인다. 빈티지 가구의 특징 중 하나인 것이다. 특히 팔걸이가 있는 의자의 경우 오늘날 사라져 가는 이발소에서나 볼법한 추억의 외관으로 존재감을 표한다. 부피감 있는 카페트와 좌석에 놓인 사용감 있는 얇은 가죽의 조합이 빈티지스러움을 한껏 더해준다. 또한 테이블의 크기가 작은 덕에 앉아있는 나를 가리는 부피감이 없으므로 이 공간에 내가 앉아 있다는 존재감이 더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일행이 있을 경우,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게 된다.



차분한 브라운 톤의 내부에 개성을 더하는 요소는 디자인이다. 조명의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 가구 편집샵에 있는 듯한 경험이 된다.



턴테이블과 가 위치한 공간의 안쪽은 다소 어둑하다. 조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은은한 분위기의 간접광이 편안하며, 사방의 벽에 부딪혀 풍부하게 울리는 재즈 음악을 감상하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다. 반면 외부와 가까운 쪽은 자연광을 넓은 폭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더 밝고 바깥공기가 느껴진다. 앞의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가벼운 변화들이 주어진다. 빛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공간을 양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경계는 뚜렷하지 않고 빛과 구조물들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모습을 보인다.



코스터 대용으로 사용하는 가죽제품, 테이블과 거울에 새겨진 브랜드 이름, 의자 뒷면의 디자인이 드러내는 결, 빛이 반사되어 드러나는 나무 재질의 질감 등 시선이 닿는 작은 부분마다 개성이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함들이 모여 공간 정체성의 세세한 부분들을 밀도 있게 채워준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기보다 각각의 물성을 파악하고 배치된 형태를 고려하는 식의 관찰을 하다 보면, 숨겨졌던 의도가 나의 시선과 만나 관계하게 된다. 마치 상대방과 대화를 하며 전체적인 스타일 속에 드러나는 작은 행동 습관이나 독특한 어투 등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코스터 대용으로 가죽을 사용하는 개성


워낙 재즈를 즐기는 취향인지라 3번 정도 방문을 했었다. 재즈바와는 분명히 다른 공간이지만 음악 감상에 있어서도 좋은 대안이 되어주는 곳이다. 편안하고 세련된 우드 톤의 빛에 재즈를 덧칠한 종합적인 분위기가 나를 계속해서 머물게 만든다. 곳곳에 놓인 디테일들은 과하지 않되 뚜렷한 존재감을 낸다. 저녁 시간대에도 더욱 멋진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독특하면서도 잘 정돈된 이곳, 턴다운서비스다.



장소: 턴다운서비스 / 가죽공방 쇼룸 및 카페 (애견 동반 가능)

시간: 매일 12:00 - 22:30(연중무휴)

연락처: 0507-1341-8605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50길 7 반지층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turndownservice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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