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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Jul 27. 2021

경험과 걸음의 박물관 -2

안도 타다오의 경험 디자인, 제주 본태 박물관


원점 회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앞서 방문했던 전시관들 모두 출발지점이 동일했다. 마지막 1관 역시 같은 곳에서 출발을 하는 동선이다. 새로운 방식이며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크고 단순한 형태의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인 동선을 조성해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안에서 헤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안도 타다오는 이러한 부정적 경험 방지했고, 명확한 흐름의 동선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따라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면 되기에 혼란스러울 일이 없는 것이다. 건축가의 세심하고도 정확한 배려가 담긴 지점이다.


옥상의 뷰에서 높이의 변주를 준 풍경


경험이 되는 걸음


사진에서 보이듯 중앙에서 양측을 나누는 벽면을 세워둔 의도가 궁금하였다. 단적으로는 시각성에서 흥미로운 끌림이 있었고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탐구하고자 오른쪽 길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시선을 전환시키는 안도 타다오만의 건축적 기법은 고요함 속에서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제한된 물리적 범위 내에서 재료의 재질, 색깔의 대비, 전체적인 구조간의 균형을 절묘히 맞추어낸다. 인공미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이며, 자연적 환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 의도의 고유함이 우리의 시선을 거치며 빛을 발한다.


그리고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액자 같은 프레임 안에 그 모습이 담긴다면 한 층 더 작품 같다는 느낌이 배가된다. 설치된 벽 중앙에 공간을 원근감이 드러나는 긴 동선을 담아낸다. 그렇게 틀은 풍경의 감상을 돕는 심미적 프레임이자 그 안으로의 입장을 돕는 실질적 입구가 된다.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잡아내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앞서 양쪽 동선을 나누던 지점으로 돌아와 왼쪽으로 향하며 걷는 중 기록한 시선들이다. 1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중앙에서 동선을 나눴던 의도는 같은 길 다른 위치에서 보고 걷게 하기 위함이었다.



콘크리트의 크기와 재질에서 오는 무게감을 가벼이 표현해내는 물의 표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이 특징적이다. 그렇게 발 밑부분에서 일어나는 무거움과 가벼움의 교환목격하고, 분위기를 밝혀주물과 트인 하늘로 시선이 자연스레 향한다. 다양한 건축적 재료들을 중복감 없이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었고 동시에 편안히 품어내는 곳임을 걷는 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제작자의 노고를 인정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한국 건축 전통과 고유의 미(美)를 갖춘 기와집과 벽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내 현대적 감각 속에 편입시켰다. 옛 것을 보존했기에 기억할 수 있고, 새로운 흐름과 공존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특히 길의 마지막 지점에서 물 위를 걷는 듯한 부유감을 전달받으며 다음 여정으향한다.


신라시대의 석탑이 놓여 있다


소박한 화려함


1관은 도자기, 탁자 등 생활과 관련된 수공예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전통관의 성격을 갖는다. 요즘의 수요와는 거리가 먼 물건들이지만 새겨진 미적 감각은 재조명의 대상이다. 과거의 생활이라는 소박한 양식 속에 색과 구조의 배합은 화려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절제된 단정함 에서파격적인 변화 존재한다. 정돈과 개성이 섞이는 지점에서 일상 미술은 분리된 것이 아닌 공존관계임이 시사점으로 다가온다.


전시관의 높은 층고는 품을 높이 쌓아 올리거나 각양각색의 평면을 드러내 전시하기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2층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동선으로 내부의 전체 모습과 걸어갈 방향성을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통창을 내었던 2관과는 달리 제한된 양의 자연광을 받아들인다. 쪽창을 통해 도자기들만을 비추거나 빛의 대비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이 1관의 얼굴로 기억에 남는다.




이어지는 장소는 카페, 관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등장하며 소모되었던 체력을 보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자동문을 열고 나가보면 앞서 지나왔던 물길이 1관 바로 옆에서 다른 형태의 벽면으로 우리를 맞는다. 얼마 전에 새겨졌던 기억이 환기되며 새로움 덧붙여진다. 그리고 길의 끝 지점을 볼 수 있는 개방성과 원근감은 앞선 건축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반전과 통일감을 동시에 부여하는 탁월한 감각이 아닐 수 없다. 




연못에 인접한 테이블은 야외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다. 뒤쪽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라는 작품이 있다. '행복감'과 관련된 뜻을 가진 작품은 조성된 자연환경과 어울리며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한다.


조각공원과 하우메 플렌사의 <Children's Soul>

공간 경험의 시대이다. 좋음을 담아내는 공간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새겨진다. 사람을 향한 진정성 있는 건축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만들어진 건축적 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숨겨진 함의나 미적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느끼게 하고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공간의 생명력 지속성이 좌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태박물관은 성공적인 경험의 연속을 제시한다. 걸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통해 건축적 시각배양받고, 현대에 전달되는 전통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추구하는 방향과 선한 영향력 아래 우리는 인식의 수준을 높여가는 한 명의 경험자가 된다.



장소: 본태박물관

연락처: 064-792-8108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 길 69

시간: 매일 10:00 - 18:00 연중무휴 운영

홈페이지: bontemuseum.allthew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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