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에서는 '자연스러움'의 의미에 대해 주목해본다. 자연이 갖는 본래의 느린 속도를 자연스러움이라 칭한다면 그 속성은 여유일 것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딱 적당한 여유는 나만의 속도를 찾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여유는 우리에게 친화적이다. 여유는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려면 내가 자연스러워야 한다. 공간, 물건, 취미 등의 다양한 선택지들 중에서 나에게 좋은 것을 고른다. 그렇게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방문해보는 경험을 통해 나의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일수록 느려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믿는다. 일상을 유지하는 환경과 서비스들이 디지털 세상으로 편입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필요에 따라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바꾸어 나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재택의 시대인만큼 집과 일터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 일을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와 적응의 일상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우리는 그만큼의 여유를 통해 나에게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온전한 회복을 하기 위함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의 삶은 현실에 있고, 내가 직접 머무르는 공간만큼은 나의 좋음으로 채워져야 한다. 편안함에 대한 분명하고도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익혀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어떤 좋음으로 주위를 채우는가? 혹은 덜어내는가?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떠올려보자. 그 공간의 구성이 내가 공간과 관계하는 방식이자 취향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기호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고 발견하는 시선을 갖추어보자. 특정한 장소적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좋거나 불편한 감정을 정확히 알고 그 이유를 탐구할수록 막연했던 욕구의 형상은 명확해진다. 빛, 사물, 분위기 등 어떠한 좋음과 관계하고 싶은지를 찾으며 나를 돌보는 방법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지칭하는 덴마크어가 있다. 바로 '휘게(hygge)'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소박한 일상에서의 행복감을 찾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휘게는 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원형에 주목한다. 현대의 빠른 속도와 반대되는 느린 것, 화려함보다는 단순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맵고 짠 고열량의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단순하되 은은한 감칠맛을 내는 것에 가깝다.
휘게는 좋음을 추구하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거나 좋은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었다면 그것은 휘게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집이라는 단어인 '후스(hus)'를 더하면 편안한 집 혹은 좋은 집이라는 의미가 완성된다.북유럽의 말을 빌린 좋음의 가치를 한국의 공간으로 끌어와 우리에게 몇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전하는 곳이 있다. 연남동 휘겔리 후스, 그 곳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의도라는 빛
3개의 브랜드를 기본으로 다룬다. 따뜻하고 편안한 질감의 패브릭 제품,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造花), 다른 장소와 순간의 빛을 담은 사진 포스터이다. 각 브랜드가 사람들의 일상에 더하려는 편안한 감성과 가치들이 휘게의 목정성과 어울린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려는 상업적 성격이 아닌, 좋은 가치를 전달하려는 진심과 정확한 안목이 담긴 이곳의 브랜딩이 돋보인다.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을 선택하고 구매함으로써 나의 취향을 알아간다. 그 물건들로 나의 공간을 밝히며, 그렇게 의도라는 빛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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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연광 스튜디오였던 이곳은 내부에 통창이 내어져 있다. 빛을 받아들이는 공간적 특징이 북유럽식의 인테리어와 조화되는 모습이다. 작은 흠집 하나 없을 것 같은 깔끔한 화이트 톤의 내부, 밝은 컬러의 목재 가구들이 산뜻하게 어울린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잔들 중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면 그에 맞는 음료를 담아준다. 유리잔은 와인, 그 이외의 잔들은 커피 등의 용도로 선택할 수 있다.
투명한 창으로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공간의 얼굴로 자리매김한다.날씨와 빛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환경이 고유한 인테리어의 선과 색에 맞물려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잘 꾸며놓은 집의 집들이를 하는 기분이다. 바닥에 깔아놓은 카펫은 포근하고 주문한 커피는 집에서 편히 마시는 한 잔인 듯하다. 마시는 음료의 맛과 향은 지금의 시·공간을 더 풍부히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주문한 음료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도 짧지 않다. 커피가 핸드드립으로 내려지는 시간 동안 공간을 잠시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일상과 예술 간의 거리
일상 예술의 철학을 담은 곳이다. 일상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고자 작가들의 작품들을 공간 속에 스며들도록 전시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한다. 작품은 일상과 멀리 있지 않다. 내 옆에 두고 언제든 쓸 수 있는 하나의 물건이 되기도 한다. 공예의 가치를 일상에 가깝게 보여주고 다가가기 위한 '공생'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이다. 느린 속도로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단순한 외관의 도기, 어떠한 가치를 말하는 것일까? 금방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물건에도 깊은 생각과 진중한 의도는 담겨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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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어둡고 차분한 무게감이 도는 방이다. 많은 제품들과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기에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음에도 물건의 배치는 단정하고 질서를 갖추었다. 적당한 여백과 과하지 않은 구성이 편안하다.
비어 보일 수 있는 공간의 구석에도 은은한 빛과 질감들을 채워 넣는다. 섬세한 손길이 감성의 밀도를 높인다.
빛을 담아내는 그릇
포스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따스한 햇살이 마음에 퍼지는 듯 편안하다. 먼 곳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이 이곳의 벽에 걸려 우리의 시선과 만난다. 부드러운 자연의 빛을 들이는 이 공간의 모습을 찍어 액자에 거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일상적이었던 순간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
눈앞의 주어진 장면을 느끼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간 것들이 사라지게 놔두는 대신 기록하는 것이다. 언젠가 나만의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건 순간의 선택에 의해 남겨진 한 장의 사진일 것이다.
매일 같이 봐오던 것들도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기면 그 모습이 한 층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새로운 시선을 사진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기억의 회로에 불을 밝히고, 앞으로의 경험에 대한 상상을 펼쳐보게 하는 사진의 긍정적인 힘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다.
집이라는 공간은 순수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내가 사는 곳에 나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요소를 애써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에게 좋고 편안한 것들로 주위를구성하면될 뿐이다. 짜인 공간에 나를 가두지 않고,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은 공간 구성에서 드러난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분간하는 주체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고, 그렇게 채워지는 공간은 나의 특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물건 하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삶을 채워가는 작은 시작점이 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을 따르고, 나의 안과 밖으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하여, 그것들을 쌓아가는 과정은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