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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Sep 30. 2021

비(非)일상적 의식

성수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브루잉 세레모니


붉은 벽돌 사이로 보이는 검은 곡면, 안쪽의 모습을 감춘 채 거리를 비추고 있다.

모종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낯선 외관이다.




낯선 인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비(非)일상적인 모습의 오브제가 첫인사를 건넨다.

의도적으로 비운 공간에 예술 작품을 놓아 보는 이의 시각과 생각을 자극한다.

매장 문을 열기 전 인식을 환기시키며 새로운 경험의 문을 먼저 열도록 돕는다.



자연의 돌이 인간적 의도를 만났다. 놓아진 이유와 목적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묵직한 물성 그 자체를 드러내는 돌의 원형, 그 속성이 이 공간에서의 경험과 가치를 암시하는 것일까.

애써 복잡하게 정의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성을 열고 비워내는 시선을 가져본다.

대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의 인식이다.



감상을 마치고 입장하려는 순간 독특한 구성이 시선에 잡힌다. 연한 하늘색의 나무, 어두운 색상의 돌, 조금 더 밝고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 고유의 색깔을 벗어난 자연물은 인공적 재료들 앞에 더욱 인위적인 모습이다.

재료 구성과 변주를 통해 느껴지는 재미있는 역설이다.




반전의 연출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반전, 어둡게만 보였던 외부의 창은 밖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과 밖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게 되는데, 야간에는 안에서 바깥을 볼 수 없는 반면 밖에서는 내부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주간에는 외부 공간과의 차별성을 두고 야간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공간적 화법을 전환한다.


내부에는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방금까지 들려오던 바깥의 소음은 완전히 이격 된다. 움직이는 사람과 자동차의 모습 위로 음악이 덧입혀진다. 단 하나의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 현실과 맞닿은 듯 멀어진다. 마치 일상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밖의 시간은 바쁘게 흐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안쪽의 시간은 여유롭다. 같은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어간다. 공간적 특색이 경험을 더해주는 순간이다.




부족한 물성을 채우다


하나의 공간을 만들 때, 내부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작업이 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일이다. 해당 공간이 위치할 지역의 분위기와 특징들을 살피고, 그에 맞추어 녹아들거나 본인만의 개성을 더할 수 있다. 브루잉 세레모니의 시선으로 바라본 성수동의 거리는 하나의 결핍이 있었다. 바로 나무이다. 근처의 구두 테마공원이나 작은 어린이공원을 제외하면, 높고 낮은 건물들 사이로 띄엄띄엄 심어진 가로수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한 관찰의 시선을 공간 창조에 접목시켜낸 결과물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의자이다. 독특한 파란색의 옷을 입은 의자는 성수동이 충분히 갖지 못했던 나무의 물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특정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에 예술적인 사고를 더한 시도이다. 비록 작은 상업공간 안에 국한된 표현이기에 지역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힘들겠으나, 창조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주체적인 시선이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에 담긴 진심과 철학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달될 때 새로운 교류가 일어난다. 기획자의 의도와 관점을 양분 삼아 또 다른 창조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 확산의 과정인 것이다.



콘크리트, 철, 돌, 나무 4개의 재료들이 사용된 공간이다. 각 기물은 치장의 요소를 덜어내어 단순한 디자인과 깔끔한 단면이 드러난다. 반면 색깔의 구성이 독특한데, 푸른색과 회색 그리고 따뜻한 색의 조명이 오묘한 대비를 보인다. 앞서 보았던 하늘색 나무의 재질은 조명을 받아 그 모습이 더욱 낯설어진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거부감이 없으며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개성으로 다가온다.



작품명 나이테, 컵의 선 하나하나에 작가의 시간이 담겨있다.


차를 대접하는 의식인 다례(茶禮), 즉 티 세레모니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곳은 한 잔의 커피에 복합적인 교양을 담아낸다. 고유한 공간적 언어를 전달하고, 우리의 시간을 정성스레 보듬는다. 이러한 창의적인 해석들이 여러분일상과 맞닿아 새로운 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장소: 브루잉 세레모니

시간: 월-토 11:00 - 21:00 (일요일 휴무)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 5가길 22-1 1층

연락처: 0507-1317-4771

https://www.instagram.com/brewingcere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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