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by 샥샘

<사진 출처 : Pixabay제공, LionFive님의 이미지>


우리 부부는 오래간만에 양재역으로 나들이를 나와 근처 감자탕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뼈에서 맛있게 고기를 발라 먹고 있던 중, 우지끈 소리와 함께 어렸을 때 충치치료를 했던 치아가 부러져버렸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어이가 없었다. 부러진 이를 들고 근처 치과를 찾았다. 번화가였기에 치과는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부러진 이를 본 의사 선생님은 충치 치료한 지 오래된 치아라서 안쪽으로 더 썩었기 때문에 살리기는 힘들고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집이나 직장 근처가 아니라서 오며 가며 치료받기가 애매하긴 하였지만 부러진 이로 며칠 동안 생활할 수는 없었기에 바로 신경치료를 시작하였다.


내 입안에는 금니가 3개 있다. 그중에 신경치료를 한 게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신경치료는 말 그대로 신경을 건강하게 고치는 치료인 줄 알았는데 치아와 연결되어 있는 신경을 제거하여 통증을 없애버리는 치료라는 걸 처음 알았다. 즉, 치아에 구멍을 뚫어서 안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들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첫날은 사전 치료를 하였는데 내 안에 있는 박혀 있던 실들을 잡아 뜯는 느낌이 들기는 하였지만, 크게 아프지 않아서 '신경치료 할 만하네.' 란 생각과 함께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다음 치료를 위해 퇴근 후 양재역에서 내려 치과를 갔다. "오늘은 조금 아픕니다."라는 말과 함께 두 번째 신경치료가 시작되었다. 치과의사가 조금 아프다는 말은 절대 조금 아픈 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치과치료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치료하는 동안 많이 아팠다. 그래도 마취를 하고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참을 만한 고통이었다.(나는 어른이니까...ㅋ) 치료를 마치고 수납을 하였다. 간호사 언니가 진료 영수증을 주면서 "오늘 밤에는 조금 아프실 거예요. 아프시면 진통제 먹으시면 돼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그리고... 고통은 밤부터 시작되었다...


너무 아팠다... 이렇게 아픈 적이 태어나고 있었는지 생각하다가 생각이 멈춰버릴 정도로 너무 아팠다. 저녁 늦게 마취가 풀리면서 시작된 고통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진통제를 먹으면 30분 후 고통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와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고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외출 허락을 받고 치과에 가서 재치료를 받은 후에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특히 자신에게 귀찮고 불리한 것들은 잘 잊어버린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무시무시한 신경치료로 인한 아픔으로 다시는 치과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곤 이제 치아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바로 치실도 사고 치간칫솔도 사고 심지어 어금니 칫솔(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도 사서 열심히 관리를 하였다. 하지만, 아픔이 사라지면서 내 의지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평소에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게으름으로 인해 신경치료 전으로 나의 생활습관은 돌아가 버렸다. 그러다가 이가 욱신대거나 씹을 때 아픔이 느껴지면 깜짝 놀라 다시 치실과 치간칫솔을 찾는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smiley-1041796_1920.jpg Pixabay제공, Magic Creative님의 이미지

상처 받고 아프기 전에 좋은 습관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 관리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우리는 항상 상처 받고 아프면 그때서야 과거의 나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편한 걸로 좋아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원래 나쁜 습관으로 쉽게 돌아간다.


우리의 뇌는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한다. 그래서 행복한 기억보다는 불행하고 상처 받은 자극적인 기억에 더 잘 반응한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가도 마음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나기만 해도 상처를 스스로 키워가며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그와 동시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행복의 기억을 불행이라는 기억으로 덮어 씌우면서 자신은 항상 운이 없는 사람이라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한다.


우리가 우울한 이유는 주변에서 받은 상처보다는 내가 마음속에서 키운 상처의 크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잊어야 할 것들은 마음에 더 강하게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쉽게 잊는다. 가만히 앉아서 하루를 정리해 보면 행복했던 일보다는 화나고 짜증 났던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이유는 좋은 건 빨리 잊고 나쁜 것만 기억하는 우리의 잘못된 마음의 습관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기억해 보면 분명 나에게 일어난 행복한 일들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주위 깊게 살펴보면 아마 차고 넘칠지도 모른다. 행복한 일을 떠올리고 잊지 않으려는 연습을 통해 내 안의 불평과 짜증, 우울한 마음을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한다면 불안감에 잠을 설치면서 진통제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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